천씨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랑스 파리의 한 이민자를 위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급우를 업고 서 있게 한 뒤 그 모습을 촬영했다.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은 언어도 달라 소통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었지만 타인을 업고 한참 동안 견디며 친밀감을 얻게 됐다. 작가가 셔터를 한동안 열고 찍었기 때문에 인체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모두 카메라에 기록됐고, 인물들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형상이 나타났다. 흐릿해진 사람들의 형태는 사람들 마음을 갈라놓았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상징한다. 서로의 무게를 감당해주고 나와 타인을 구분하지 않는 마음이 절실한 때라는 작가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 2021년 1월 10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