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발표된 날 저녁부터 같이 먹었어요"
6년 만에 재회 이승현·이종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이야"
"사실 은퇴할 때나 돼야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을 줄 알았죠."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이승현(28·197㎝)과 이종현(26·203㎝)이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둘은 농구계에 소문난 '찰떡 호흡'이다.

대학교 재학 시절 고려대에서 소속팀을 대학 최강으로 이끈 둘은 이승현이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종현은 2016년 1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11일 울산 현대모비스가 이종현을 오리온으로 보내고, 대신 최진수(31·203㎝)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이승현과 이종현은 고려대 시절인 2014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1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둘은 "어제 저녁도 같이 먹었다"고 우애를 과시하며 "옛날 생각도 나고, 생각보다 일찍 같은 팀에서 뛰게 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려대 재학 시절 '두목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승현은 "(최)진수 형이 다른 팀으로 가서 아쉬운 기분 절반에 (이)종현이가 와서 좋은 느낌 절반"이라며 "제가 어차피 40분 내내 뛸 수도 없기 때문에 믿음직한 아군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6년 만에 재회 이승현·이종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이야"
둘은 지난해 '우정 반지'를 따로 맞췄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이승현은 "제가 고1, 종현이가 중2 때에 갑자기 '형과 친해지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둘의 인연을 소개하며 "작년에 저희가 만난 지 10주년이라 반지를 하나 같이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종현 역시 "제가 고려대를 간 것도 전적으로 (이)승현이 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승현이 형이 '고양의 수호신'이라고 하는데 제가 '수호신의 보좌관'이 되겠다"고 즐거워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도전에 이어 2016년 KBL 전체 1순위 지명 등 탄탄대로를 걷던 이종현은 이후 아킬레스건, 무릎 부상이 이어지며 프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종현은 "지금 저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잘해야 한다"며 "이제 승현이 형과 함께하게 됐으니 저만 잘하면 옛날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주위의 저에 대한 걱정을 깰 자신이 있고, 지금 경기 감각이나 체력이 완전하지 않지만 팀에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6년 만에 재회 이승현·이종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이야"
2020-2021시즌을 앞두고는 소속팀이 다르지만 함께 훈련하며 리그를 준비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 이들은 오리온의 연고지인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집이 가까운 편이다.

이승현은 "비시즌에 스킬 트레이닝 훈련을 같이했다"고 전하며 "집은 차로 10분 거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 (이)종현이는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새 팀에 적응이나 경기 감각 등이 아직 완전치 않다고 해도, 안 되면 제가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 갈 생각"이라고 '후배 사랑'을 과격하게 표현했다.

이종현 역시 "어제 강을준 감독님이 제게 '종횡무진 뛰어다녀라'고 하셨고, 같이 트레이드돼 온 최현민 형에게는 '최면에서 깨어나라'고 하시더라"고 웃으며 "부상으로 힘들 때 승현이 형이 옆에서 많은 힘이 돼줬는데 다시 승현이 형과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