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주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의 재정 확대 정책이 국채금리와 시중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내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예상도 금융주 주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15.2% 올랐다. 신한지주(10.9%) KB금융지주(17.8%) 하나금융지주(18.4%) 우리금융지주(13.6%)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5% 오른 걸 감안할 때 상승폭은 두 배에 달한다.

바이든 당선에 '금융주' 꿈틀

금융주는 그동안 코스피보다 먼저 떨어지고 더 빨리 올랐다. 국내 경기를 알려주는 선행지표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주는 증시 하락 후 낙폭을 더 키우거나, 증시 상승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는 적극 반영된 반면 호재는 경계 심리가 매수세를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금융주는 선행지표로서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에 바이든 당선인의 대규모 재정 정책이 예상되면서다. 경기 개선 기대가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로 작용한 것이다.

금리 상승은 '금융주' 최대 호재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후보 공약에서 2024년까지 3조9000억달러(약 4370조원)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고 했다. 증세를 통한 세수 증가분이 1조4000억원(약 1570조원)에 그치는 만큼 나머지 2조5000억달러는 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채 발행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시장금리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금융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주 상승세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결정된 지난 6일부터 시작됐다. 외국인들이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도 이때부터다.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4대 금융지주 주식은 1조6640억원치를 사들였다.

금융주 상승세 당분간 계속될 듯

금융주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내년에는 순이자마진(NIM) 등이 오르면서 건전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악재가 금융주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된 만큼 이제는 우려보다 기대할 게 더 많은 상황"이라며 "금융주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했다.

시장 흐름이 가치주로 되돌아오면서 금융주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주는 2018년 금리 하락 이후 여전히 코스피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며 "내년 1분기부터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