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 참여한 애니 '태일이'와 CBS 다큐 '기독청년 전태일'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그의 삶을 조명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이 연이어 제작되거나 공개된다.

먼저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우다 분신으로 젊은 생을 끝내야 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개봉은 내년이지만 오는 13일 전태일 50주기에 맞춰 9일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명필름과 '태일이'를 공동제작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행사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일이'는 노동운동가 전태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청년의 모습으로 전태일을 그려낸다.

곁에서 아파하는 동료들을 연민을 갖고 따뜻하게 바라보며 뜨겁게 싸울 줄 아는 청년임을 부각한다.

홍준표 감독은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에 우리의 형, 동생 같은 청년 태일이의 모습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인물의 이웃 청년 같은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화를 다룬 만큼 관객들이 작품을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전체 3분의 2가량 분량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뒤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뤄졌다.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당시 판매되던 자양강장제, 소주 등의 라벨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태일이'에는 연기파 배우가 대거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태일 역은 데뷔 전 편의점 강도를 막아낸 용감한 대학생으로 주목을 받았던 배우 장동윤이 맡았다.

태일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 역에 염혜란, 아버지 역에 진선규, 한미사 사장 역에 권해효 등이 참여했다.

배우 권해효는 "이 영화를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50년 전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고 왜 우리가 50년이 지나서도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일이'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역시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사라지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태일이'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현실을 되돌아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CBS TV는 노동운동의 불씨가 된 전태일을 기독교적으로 재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기독청년 전태일'을 13일 오후 8시(재방송은 14일 오후 2시 30분)에 방송한다.

작품 제목은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있는 전태일의 묘비명에서 따왔다.

묘비 뒤편에는 요한복음 12장 24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다큐에서는 독실한 신앙을 가진 이소선 어머니와 70년대 새문안교회 대학생회, 도시산업선교회 등을 조명한다.

또 기존 다큐 형식이 가지는 내레이션을 과감히 걷어내고 대부분을 인터뷰로 구성해 눈길을 끈다.

전태일의 시대를 살아낸 당시의 친구들과 여공들 그리고 1970년대 기독교인들의 입을 통해 전태일의 삶과 의미를 말한다.

인터뷰 증언을 통해 객관성과 사실성을 높이는 한편 연극 '전태일'(장소익 연출)의 주요 장면을 삽입해 기존 재연방식을 탈피하고자 했다.

전태일이 살았던 평화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전태일의 바보회 조직 그리고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결심하는 장면 등은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전태일의 죽음을 한 알의 밀알로 표현했던 경동교회 강원용(1917-2006) 목사의 설교 녹취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형준 PD는 "인터뷰들은 사료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며 "50주기를 맞아 대가 없이 오직 전태일을 기억하는 일을 위해 인터뷰에 나서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