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가 8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열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9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한승수가 8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열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9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잊힌 천재’ 한승수(34)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에서 국내 첫 우승을 달성했다.

한승수는 8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CC 밸리·서원코스(파72·7010야드)에서 열린 KPGA투어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를 기록한 한승수는 16언더파를 친 박상현(37)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2억원. 2017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서 우승한 뒤 3년 만에 거둔 개인 통산 2승.

'잊힌 천재' 한승수, 시즌 최종전서 KPGA 첫 승
‘재미 동포’ 한승수는 한때 최고의 선수였다. 2000년 골프를 위해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건너간 그는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에서 5승을 쓸어 담으며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한 해 거둔 4승을 뛰어넘은 기록. 꽃길만 가득할 것 같았던 그의 선수 생활은 2008년 프로 전향 이후 가시밭길로 변했다. 미국과 캐나다투어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 2부인 웹닷컴투어에서 잠시 뛰었을 뿐이다. 2014년에는 일본에 진출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17년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승을 올리며 드디어 빛을 볼 것 같던 그의 골프 인생은 난데없이 찾아온 손가락 부상에 다시 암흑기로 빠졌다. 한승수는 “묵묵히 곁을 지켜준 두 딸과 아내가 없었다면 골프를 포기했을 것”이라며 “가족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날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8위로 경기를 시작한 한승수는 견고한 샷을 앞세워 게임을 풀어갔다. 2번홀(파3), 3번홀(파5)에서 핀 1m 옆에 공을 붙이며 탭인 버디를 잡은 한승수는 후반 들어 기세를 올리며 리더 보드 위 선수들을 하나씩 제쳤다. 10번홀(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그는 16번홀(파5), 17번홀(파3)에서도 1.8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기를 굳혔다. 한승수는 “해외투어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고향인 한국에서 우승해 감개무량하다”며 “특히 최종전에서 우승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코리안투어 2020 시즌이 막이 내리면서 상금왕, 대상, 신인상도 정해졌다. 최종합계 13언더파 공동 9위에 오른 김태훈(35)은 올 시즌 제네시스의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달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시즌 MVP인 제네시스 대상을 거머쥔 것. 누적 상금 4억9593만원을 기록한 그는 제네시스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제네시스 대상으로 김태훈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내년 시즌 유러피언투어 시드다. 또한 부상으로 보너스 상금 5000만원과 제네시스 차량, 5년간 코리안투어 시드도 챙겼다. 김태훈은 “미국에서 열린 더 CJ컵 출전을 고사하고 도전했던 대상을 받아 기쁘다”며 “유럽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프로 데뷔 후 캐디를 자처하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며 “골프를 은퇴할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준(35)은 코리안투어 역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가 됐다. 10월에 생일을 지낸 이원준은 이날 기준으로 만 35세16일이다. KPGA 코리안투어의 종전 최고령 신인상 기록은 2000년 석종율의 31세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