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복을 '새활용'(업사이클링)해 제품을 만드는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이유죠."
소방관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119레오'의 이승우(27) 대표는 제58주년 소방의 날(11월 9일)을 앞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19레오는 폐기를 앞둔 방화복을 재가공해 가방을 만들어 팔고, 그 수익의 절반을 암 투병 소방관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공무상 재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현실, 불합리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 소방관은 희소질환에 걸리더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공무상 요양(공상) 신청을 기각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탓에, 다치거나 사망한 소방관의 가족이 직접 증거자료를 모아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 대표는 건국대에 다니던 2016년 소셜벤처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활동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그해 소방관들이 방화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방관 120명을 만나 인터뷰했다"며 "내가 만난 분들은 막상 장비 부족보다는 공무상 재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이 스스로 업무강도나 유해물질 노출 정도 등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며 "초기에 병원에서 신체감정을 받는 비용 수백만원이라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아리 차원의 펀딩 프로젝트로 시작한 119레오는 2018년 정식 법인 등록을 마쳤다.
올해까지 기부한 금액은 3천400여만원으로, 재향소방동우회를 통해 병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에게 전달됐다.
이 대표는 "제품이 잘 팔릴 때보다도, 기부금을 전달받은 소방관이 공상 인정을 마침내 받게 됐을 때 가장 뿌듯하다"며 웃었다.
그는 "특히 암 투병 소방관 중 한 분이 '나를 지켜줬던 옷이 가방으로 탄생한 게 참 좋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제품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뭉클했다"고 했다.
◇ "회사 이름처럼 '서로를 구하는' 가방이 됐으면"
회사명인 '레오(REO)'는 'Rescue Each Other(서로를 구하다)'의 약자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부터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폐방화복 특성상 세탁과 분해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이 작업은 지역 자활센터에 맡기고 있다"며 "소방관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 만큼 '지역에서의 선순환'을 꾀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공식 지정을 받고부터는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은퇴한 소방구조견을 지원하기 위해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품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방화복 재료인 아라미드 섬유가 비싼 탓에 아직도 개발도상국 중에는 제대로 된 방화복이 도입되지 않은 곳도 많다고 한다"며 "그곳에 방화복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