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이후 엉망으로 보존해 가치 훼손
돌돌 말아 숨긴 불화…조계종-경찰, 도난 문화재 32점 회수
대한불교조계종은 경찰과 협력해 1988∼2004년 도난된 불교 문화재 32점을 회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이 종단은 올해 1월 국내·외 경매시장을 대상으로 도난 불교 문화재가 있는지를 집중 점검을 하다 한 경매사에 도난 문화재로 등재된 포항 보경사 불화 2점이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해당 불화를 압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올해 7월에는 경찰과 조계종 문화재 담당자가 함께 도난 문화재 은닉처를 확인했고, 이곳에서 도난 문화재 총 32점을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회수된 문화재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하지만 도난 이후 적절하게 보존되지 못한 탓에 불화의 경우 경화(硬化·딱딱하게 굳음)로 인해 제대로 펼 수 없거나 채색이 박락(剝落·떨어짐)되기도 했다.

1862년 제작된 구례 화엄사의 시왕도는 2001년 도난당한 뒤 돌돌 말려져 보관돼 온 탓에 완전히 편 상태에서도 굵은 주름이 잡히는 등 불화로서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조계종 관계자는 "무더운 여름날 컨테이너 안에서 숨겨둔 불화를 찾을 수 있었다"며 "말려진 불화를 강제로 폈으나 주름이 보이는 등 훼손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불화 하단에 기재하는 화기(畵記·제작 시기와 봉안처를 적어둔 기록)가 아예 잘려져 있거나 사찰명이 지워져 있는 등 도난 문화재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훼손한 경우도 확인됐다.

도난 문화재 소장자였던 A씨는 2014년 문화재 은닉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고, 올해 6월에는 유사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조계종은 회수한 도난 문화재가 원 사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보호법상 도난 관련 공소시효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 제도 폐지 등 도난 예방과 회수된 도난 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를 위해 제도개선 노력도 펼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