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각으로 그린 풍경…장재민 학고재 개인전
그림을 처음 봐서는 무엇을 표현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부엉이 숲'이라는 제목을 확인하고 나면 어렴풋이 숲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지만, 부엉이는 보이지 않는다.

"6마리 부엉이가 숨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몇 마리의 형체가 언뜻 비친다.

장재민(36)은 크고 빠른 붓질로 완성한 반추상적 풍경화로 낯선 장소에서의 경험을 화면에 옮긴다.

분명히 목격한 풍경을 그리지만, 자신의 기억과 감각으로 새로운 장면을 끌어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본관에서 오는 14일 개막하는 개인전 '부엉이 숲'에서 소개하는 회화 24점은 풍경을 작가가 그렇게 다시 경험한 결과물이다.

'부엉이 숲'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머물면서 작업할 당시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밤마다 숙소 뒤편 숲에서 울음소리가 울렸지만, 부엉이는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가는 소리로 부엉이를 느낀 밤의 경험을 캔버스에 그렸다.

작가의 자화상이라는 '멈춰 서 있는 사람'에서도 인물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의 겨울밤 인적 드문 유원지 절벽 아래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한 그림에서 인물은 배경과 한 몸처럼 윤곽이 흩어진다.

약 500호 크기의 대형 회화 '저수지 상류'에서는 어느 정도 저수지 낚시터 풍경이 엿보이지만, 진한 녹색과 회색 계열 색채가 자아내는 적막하고 서늘한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재 충남 천안에 있는 레지던시에서 작업 중인 작가는 그곳 주변 자연 풍경을 담은 회화도 선보인다.

역시 풍경은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고 새로운 장면으로 나아간다.

전시장에서 미리 만난 작가는 "낯선 장소에서 보낸 시간과 경험에서 에너지를 얻어 그린 그림들"이라며 "계획을 세워 그리기보다는 내가 환경에 적응하고 반응하는 것을 그림으로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목격한 장면을 화면에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 작가의 그림에서는 밝고 강렬한 원색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어두운 무채색을 써 분위기를 전한다.

작가는 "작품에 색이나 의미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누르려고 노력한다"라며 "어떤 장면이나 메시지를 평면적으로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다층적인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장재민은 2015년 종근당 예술지상을 받았고, 제15회 금호 영아티스트 및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에 선정됐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기억과 감각으로 그린 풍경…장재민 학고재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