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SBS 보도에 따르면 허 의장은 지난해 1월 키움의 1군 간판선수들을 갑자기 불러 이들과 캐치볼을 하고, 자신의 너클볼 구위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이어 한 달 후인 작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키움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허민 의장은 실전 등판해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2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2019년 6월에는 퇴근하던 2군 선수들을 붙잡고 자신과 '야구 놀이'를 강요해 구설에 올랐다.
야구를 사랑하는 구단 최고위층 인사의 단순 '기행'으로 보기엔 상습적이다.
야구단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던 예전 다른 구단의 구단주들도 이렇게는 안 했다.
야구인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허 의장의 태도는 8일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 건으로 극에 달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야구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강하게 분노했다.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현재 실질적인 키움의 구단주 노릇을 하는 '인사권자' 허 의장을 향한 비판이나 다름없다.
허 의장은 한국 최초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의 구단주로 야구계에 발을 디뎠다.
이어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이사가 KBO리그에서 영구 실격돼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 투명성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2018년 12월 히어로즈 구단의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란 직함으로 고척스카이돔에 등장했다.
이장석 전 대표가 허민 의장에게 구단을 매각하지 않은 이상, 허민 의장은 히어로즈 구단 경영을 감시·감독하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이사회 의장일 뿐 구단주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최측근으로 함께 데려온 하송 부사장의 2019년 히어로즈 구단의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허민 의장은 구단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 됐다.
옥중의 이장석 전 대표와 어떤 약속을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허 의장은 제 뜻대로 구단을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린 장정석 전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대신 택한 손혁 감독은 정규리그 3위인데도 잔여 경기 12경기를 남겨두고 중도 하차했다.
구단 인사권자가 감독을 해임하는 일은 그리 큰 화젯거리가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해고하고 다른 누군가를 새 감독으로 영입할 땐 구단 구성원은 물론 팬들도 수긍할만한 해명과 계획 수립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면 멋대로 구단을 좌우한다는 사유화 비판을 비켜 갈 방법이 없다.
떳떳하지 못한 구단 운영으로 이장석 전 대표가 철퇴를 맞은 틈을 타 KBO리그 식구가 되는 기회를 얻었고, 이사회 의장으로 구단 경영을 투명하게 관리하라는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라면, 허 의장은 더더욱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일을 풀어가야 야구인과 팬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구단 경영진의 리더십 교체 이후에도 히어로즈 구단의 평판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손혁 감독의 퇴진 건으로 야구인들의 격분, 취재진의 냉소가 다시 확인됐다.
과연 키움 선수들은 이런 구단을 자랑스러워할까.
키움 팬들은 이 팀을 응원하는 게 뿌듯할까.
남은 궁금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