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도 경제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같은 의미라면 짧고 간단한 것이 좋다. ‘인싸’(insider·인사이더의 줄임말), ‘꾸안꾸’(꾸미지 않은 듯 무심하게 꾸밈) 등 10~20대가 만들어낸 신조어엔 줄임말이 많다.

내부 직원들끼리 부르던 줄임말이 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된 사례도 있다.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사진)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쓱닷컴’이 대표적이다. 언어유희가 광고를 통해 대중적인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주소는 SSG.COM이다. 신세계의 영어 표기인 ‘SHINSEGAE’에서 따온 머리글자에 온라인 도메인 표기인 ‘.COM(닷컴)’이 붙었다. 발음 그대로 읽으면 ‘에스에스지닷컴’으로 총 일곱 글자다. 2014년 쇼핑몰 출범 후 직원들은 편하게 ‘쓱’이라고 불렀다. 일곱 글자를 단 한 글자로 줄인 ‘언어의 경제성’이 극대화됐다.

신세계는 직원들만의 언어유희를 회사 밖으로 확장했다. 2016년 초 선보인 광고에서 ‘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쓱’이라는 글자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회사 이니셜인 데다 슬그머니 내밀거나 들어가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 모바일 앱으로 손가락을 쓱 움직여 쇼핑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물건을 쓱 배달해 주거나 백화점과 마트 등을 한번에 아우른다는 함축적인 뜻까지 담고 있다.

배우 공유와 공효진이 출연한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 영문 머리글자를 소리 나는 대로 ‘쓱’이라고 읽는 단순한 형식이었다. 간결한 메시지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광고가 흥행하면서 쓱닷컴의 인지도와 거래액은 급상승했다.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이후 매년 20%가 넘는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쓱’이라는 단어에서 시작한 언어유희는 ‘쓱세권’ ‘쓱케일’ 등 후속 캠페인으로도 이어졌다. 쓱세권은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편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상권을 의미한다.

역세권(역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 편세권(편의점 입주로 형성된 새로운 상권), 스세권(스타벅스 주변으로 형성된 상권) 등 물리적 공간을 매개로 하는 상권과 다른 차원이다. 쓱닷컴 자체가 새롭고 광범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쓱케일은 ‘쓱’과 규모를 뜻하는 ‘스케일(scale)’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어디에도 없는 압도적 규모의 상품을 보여준다’는 뜻을 담았다. 신세계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쓱페이’, 직접배송 시스템은 ‘쓱배송’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쓱닷컴은 지난해 3월 온라인 통합 법인(법인명은 에스에스지닷컴)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마트몰과 신세계몰로 나뉜 각 온라인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했다.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쓱닷컴 매출은 2014년 1조원, 2017년 2조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화 설비 중심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이마트 매장(전국 159개)과의 시너지도 미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확대는 쓱닷컴의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분기 매출 1조원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9170억원, 2분기 9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