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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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 허훈(25·kt)과 2년 연속 최고 연봉자로 이름을 올린 김종규(29·DB)가 2020-2021시즌 대장정을 앞두고 '장외 입담 대결'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과 선수들의 답변이 대체로 차분하게 이어지던 와중 먼저 '예능감'을 뽐낸 건 허훈이었다.
다른 참석자를 지목해 질문하는 순서에서 김종규를 향해 "농구 외적인 질문인데…, 서울에서 쉴 때 청담동에 자주 출몰하신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상형도 듣고 싶다.
한 가지 더, 소문에 멋진 고가 외제 차를 기다린다는데 그것에 관해서도 얘기해달라"고 물은 것이다.
순식간에 '사생활 질문 폭격'을 받은 김종규는 당황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일단 차는, 늘 타던 차를 탄다"고 답변을 시작한 김종규는 "청담동에는 머리 자르러 간 게 전부다.
자주 가다 보니 마음이 편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얼떨떨한지 답변 도중 진행자에게 "다른 질문이 뭐였죠?"라고 되묻기도 한 그는 "운동을 하는 만큼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이상형이다"라고 답변을 마쳤다.
이후 몇 명의 선수가 지나고 자신의 질문 차례가 돌아오자 김종규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는데…"라며 허훈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오늘 예쁘고 귀여운 넥타이를 매고 왔던데, 저 넥타이를 매고 한 시간 반인가 지각을 했다"고 포문을 열더니 "제가 알기론 오늘 수원에서 왔는데, 뭘 하느라 늦었나.
그리고 하필 왜 넥타이가 초록색인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초록색은 김종규가 속한 DB의 상징색이다.
"막내로서 늦게 온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잠시 머쓱해 한 허훈은 "집에 수많은 넥타이가 있어서… 어떤 것을 골라야 중계방송 화면을 잘 받고, 칙칙한 분위기를 잘 살릴까 해서 골라봤다"는 당찬 답변을 내놨다.
이어 "한 가지 핑계를 더 대자면 너무 일찍 모이는 느낌이 없지 않아서… 제 생각대로 왔다"고 너스레를 떤 허훈은 "다음부터는 늦지 않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김종규가 '작은 복수'에 성공한 듯 보였지만, 뒤에는 김준일(삼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종규와의 맞대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팬 질문을 받은 김준일은 "종규 형이 '연봉 킹'이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있다.
알 수 없는 열정이 불타오른다"고 도발한 것.
이를 들은 김종규는 "만신창이가 돼서…힘들다"며 험난한 하루를 곱씹었다.
김종규는 울산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경희대 동기 김민구에 대한 질문엔 "좋은 대우를 받고 간 것이니 아쉬운 건 없고, 잘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이번 주말 대결 때는 (마찬가지로 동기인) 두경민이 막을 텐데, 민구가 좀 힘들지 않을까"라며 덕담과 선전포고를 함께 남겼다.
한편 자신의 소속팀과 다른 팀에서 올해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선수 대상 공통 질문에서는 컵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이대성(오리온), 기량이 한층 성장한 것으로 평가받은 변준형(인삼공사)이 복수의 표를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