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착할 미래는 과연 꿈꿔오던 곳일까? 이 질문에 지금의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동안 미래의 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웠을 뿐 그게 어떤 미래여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질문과 성찰, 그리고 논의는 미진했다.
그저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고만 해왔다.
만약 그 미래가 인간을 위한 미래가 아니라면 어쩔 건가? 지금은 폭주 열차처럼 달려가던 지구를 멈춰 세운 팬더믹이 준 교훈을 되새기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성찰해야 할 시간이다.
국내 석학 8인은 사회학, 경영학, 경제학, 철학, 도시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최일선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임박한 미래가 어떠할 것인지 전문가적 통찰과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나아가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심도 있게 모색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가 어디서 비롯된 것이며, 어떻게 해결돼야 할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서문은 국민대 경영학부 김도현 교수가 맡았다.
제1장 '미래의 조건'에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왜 한국은 부유한데 행복하지 않은 불신사회가 됐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그러면서 각자도생의 경쟁 속에서는 사회적 연대가 약화하며 개인의 행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이제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성장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행복이 모두 필요하며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수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2장 '미래의 원동력'을 통해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됐는지 묻는다.
그러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유년기를 보낸 1990년대 후반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적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데 주목한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장 '미래의 생태계'에서 미래 도시와 스마트 시티의 중요성을 다룬다.
그가 강조하는 스마트 시티의 본질은 협력 공동체다.
미래는 도시의 시대가 될 것이고, 창조적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의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시킨 도시가 미래 세계의 문명을 주도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터, 주거, 여가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돼 교육과 산업을 촉진하는 도시를 만들어가자고 역설한다.
제4장 '미래 기술과 격차' 편에서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현재와 미래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 학자는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다.
김 교수는 미래 기술 격차가 만들 불평등 심화 문제를 지적하며 미래 변화의 방향을 기술이 아닌 사람이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에 과학, 사회학, 철학을 결합하자는 것. 미래가 반드시 인간을 위한 미래여야 하기 때문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5장 '미래 기술과 협업'에서 인공지능과 금융의 관계로써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보완성을 탐색한다.
그리고 인간이 인공지능을 가진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탐색해나간다.
제6장 '미래의 돈'에서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돈, 즉 금융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아본다.
금융의 미래는 디지털 금융(핀테크)과 유통(디지털 플랫폼)의 결합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기회들이 만들어질지 살핀다.
마지막 7장 '미래의 신뢰' 편에서는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미래 사회의 신뢰를 다룬다.
미래 사회가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라는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더믹에서 보듯이 비대면 사회를 가능케 하는 기술의 중심에는 블록체인이 있으며, 향후 이 블록체인 기술이 광범위하게 실현된다면 그동안 신뢰의 인증이 필요했던 갖가지 계약들이 비접촉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인다.
클라우드나인 펴냄. 272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