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삼성전자에 ‘콤보’라는 가전이 있었다. DVD플레이어와 비디오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이었다. 출시 5년째인 2005년 100만개를 판매했을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콤보를 성공사례로 보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제품인 콤보에 집중하다가 시장 전환기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DVD플레이어에 집중했더라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전기레인지에서 하이라이트를 빼고 있다. 지난 6월 ‘올인덕션’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전기레인지 23종 중 인덕션은 15종으로 업계에서 가장 인덕션 비중이 크다. 이 비중을 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덕션만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레인지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으로 나뉜다. 자기장을 이용해 조리기구를 가열하는 인덕션은 상판에서 열을 내는 하이라이트보다 화력이 센 대신 전용 냄비를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가전업체들은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소하기 편하고 화력이 센 장점 덕에 조리가전 중 전기레인지 비중은 지난해 52%로 가스레인지(42%)를 앞질렀다. 가전업계에서는 올해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비중이 53% 정도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덕션에 초점을 맞춘 데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장(부사장)의 판단이 컸다. 그는 올 초 “인덕션이 5년 안에 기존 조리가전을 대체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가장 열효율이 높은 인덕션을 경험해본 소비자는 다시 하이라이트를 쓰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인덕션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 타깃층으로 신혼부부를 지목했다. 이들은 처음 접한 가전 브랜드의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혼 살림을 마련하면서 식기를 새로 구입하기 때문에 인덕션 전용 용기를 구매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다.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제품마케팅 담당 상무는 “신혼부부를 사로잡으려면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디자인부터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실은 소비자 주방 인테리어를 분석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 주방에는 흰색·베이지색 등 밝은 색상 카운터가 주로 쓰인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김요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수석디자이너는 "흰색 카운터에 검은 인덕션이 자리하면 미관을 해친다는 걸 알게 됐다"며 "타사에서는 출시하지 않는 흰색 인덕션을 개발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주목한 또 한가지 소비자 특성은 음식사진은 물론 요리 과정까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다는 점이다. 김 수석디자이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으려면 식기를 인덕션에 올려놨을 때 근사해보여야 한다”며 “식기만 2000만원어치를 갖다대보며 조화로운지를 검토하는 등 기존 가전에 비해 디자인 시간이 두 배 걸렸다”고 설명했다. ‘인덕션 올인’ 전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인덕션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배로 뛰었다. 회사 측은 기세를 몰아 인덕션 구색을 더 늘릴 방침이다. 정 상무는 “내년부터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비중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층을 더 넓혀 인덕션을 ‘국민 가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수출규제 전문가 분석…"모든 거래서 화웨이 관련성 점검해야"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발효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수출 라이선스(면허)를 신청하더라도 승인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수출규제 및 경제제재 관련 전문가인 법무법인 아놀드앤포터의 이수미 변호사는 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국 화웨이 최종 제재안 웨비나'에서 "사실상 화웨이 관련 반도체 물품에는 라이선스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최종 제재안이 나오면서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각사가 생산한 반도체 물품의 최종 사용자(end user)가 화웨이라는 사실을 어떤 형태로든 인지한다면 수출할 때 미국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 건의 경우 미국 수출관리규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면서 "신청서에는 어떤 사용자에게 얼마만큼의 수량을 얼마 동안 보낼지, 미국의 어떠한 기술이 적용되는지를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법규상으론 90일 이내에 판단이 나온다고 돼 있으나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는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종 제재안 발효와 함께 반도체 관련 국내 수출기업이 모든 거래 과정에서 화웨이와의 관련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에 물품을 바로 공급하지 않더라도 수급망의 다른 주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관되면 미국의 제재가 적용돼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각사가 납품한 반도체 부품이 중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화웨이로 전달되는지를 거래처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충분히 인지해야 제재 위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 위반으로 판명되면 최대 20년 실형이나 위반 건당 최대 100만달러의 벌금, 위반 건당 최대 31만달러의 행정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만일 최종 제재안 발효 이후에도 제재 위반 여부를 알지 못한다면 수출이나 재수출 행위를 일단 멈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용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지와 관계없이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수출 환경의 큰 이슈는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를 빈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올해 봄감자 생산량이 작년보다 19%가량 줄었다.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재배 면적을 줄인 데다 폭우 등 기상여건 악화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0년 봄감자 생산량 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봄감자 생산량은 37만6천349t으로 1년 전보다 19.2% 감소했다. 2017년(32만1천518t) 이후 최근 3년래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봄감자 생산량 감소는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줄어든 데다 기상여건 악화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올해 재배면적은 1만6천339㏊로 작년보다 10.0% 줄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파종기(2~3월) 감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감자 재배면적이 줄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미종 감자 상품 1㎏의 2~3월 평균 도매가격은 2018년 2천909원에서 2019년 1천628원, 2020년 1천179원으로 하락했다. 또한, 올해는 생육기 기상여건 악화와 수확기(6~7월) 잦은 비로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감소했다. 10a당 생산량은 2천303㎏으로 작년보다 10.3% 줄었다. 봄감자 시·도별 생산량은 경북이 6만5천340t으로 전국 생산량의 17.4%를 차지했다. 이어 전남(5만2천603t), 충남(4만8천42t) 순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