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광년 밖 '케플러 초신성' 잔해 속도 관측…선조실록에도 관측 기록
우리은하 초신성 잔해 400년 지나도 시속 3천700만㎞로 확산
약 400년 전 초신성으로 폭발한 별의 잔해가 지금도 시속 3천700만㎞에 달하는 경이적인 속도로 우주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구 음속의 2만5천배에 달하는 속도다.

19일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MSFC)와 '찬드라 X선 센터'(CXC)에 따르면 알링턴 텍사스대학(UTA) 물리학과 박상욱 부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케플러(Kepler) 초신성'의 잔해를 관측해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케플러 초신성은 1604년 10월 9일 지구에서 약 2만광년 떨어져 있는 뱀주인자리에서 처음 관측됐으며, 당시 관측에 참여해 연구결과를 낸 천문학의 거장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이름을 따왔다.

태양 질량의 10배를 넘지않는 항성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한 뒤 동반성(짝별)의 가스를 흡수하면서 폭발해 주변으로 물질을 날려 보내는 이른바 'Ⅰa형'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은하 내 초신성은 극히 드물게 관측되는데 케플러 초신성이 그 중 하나이며,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관측될 정도로 밝아 조선왕조(선조)실록에도 관측 내용이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케플러 초신성의 잔해 중 X선을 방출하는 15개 작은 "무리"(knots)의 속도를 추적했다.

지난 2016년에 관측한 찬드라 X선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200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포착한 찬드라 이미지 상의 위치 변화 등을 계산해 3차원상의 실제 속도를 계산해 냈다.

그 결과, 가장 빠른 무리는 시속 3천700만㎞에 달했으며 15개 무리의 평균 속도는 시속 1천600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신성의 폭풍파는 시속 2천400만㎞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케플러 초신성 잔해의 빠른 속도는 다른 은하의 초신성에서는 폭발 하루 뒤나 수주 내에만 광학 관측되던 것으로, 케플러 초신성의 일부 잔해는 폭발 이후 400여년간 이를 둘러싼 물질과의 충돌로 속도가 거의 둔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찬드라 스펙트럼 자료상 15개 잔해 무리 중 8개는 지구 반대 방향으로, 다른 2개는 지구를 향해 움직였지만 나머지 5개 무리가 움직이는 방향은 분명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잔해 무리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인 4개는 밝은 X선 수평층에 위치한 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규소 등과 같은 원소의 양이 비슷해 폭발한 백색왜성의 같은 층에서 나온 물질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또 빠른 속도를 보인 무리 중 하나는 잔해의 오른쪽 "귀" 부위에 위치해 초신성 잔해의 3차원 형태가 균일한 구형이 아니라 럭비공 쪽에 가깝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케플러 초신성의 잔해가 다른 은하에서 관측된 초신성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것은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일부 과학자는 케플러 초신성 잔해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Ⅰa형 초신성에서 나온 것이어서 빠른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잔해를 둘러싼 주변 환경 자체가 덩어리가 져있어 밀도가 낮은 곳으로 터널이 만들어져 속도가 줄지않고 퍼져나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4월 20일자에 발표됐다.

[Chandra X-ray Observatory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