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애국가 작사자 도산 안창호

▲ 밀정, 우리 안의 적 = 이재석·이세중·강민아 지음.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KBS 탐사보도부는 다큐멘터리 '밀정'을 방송해 눈길을 모았다.

밀정은 단순히 동족을 배신한 '괘씸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제의 피라미드식 지휘체계 맨 아랫단에서 실핏줄처럼 곳곳으로 뻗어 나가 작동하며 일본 제국주의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존재들이다.

다큐멘터리 '밀정'이 그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이었다면, 이 책은 그 발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에 미처 담지 못했던 자료의 자세한 분석, 역사적 사건의 전후 맥락, 생생한 취재 과정과 기자들의 소회가 더해졌다.

밀정은 친일파와 다르다.

친일파들이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반면, 밀정들은 그들이 항일운동에 미친 치명적 여파에도 불구하고 해방과 더불어 아무런 청산 과정 없이 역사의 어둠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밀정' 취재진은 입수한 5만 장의 문서들에 남겨진 밀고의 기록들을 토대로 '일본군 100명보다 밀정 하나가 더 무섭다'는 이들의 반민족적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다.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밀정은 20명 남짓이지만, 취재진이 추적한 밀정 혐의자는 895명에 이른다.

지식너머. 260쪽. 1만6천원.
[신간] 밀정, 우리 안의 적
▲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 홍세미·이호연·유해정·박희정·강곤(글)·정택용(사진) 지음.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제정됐다.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1949년에 검거·투옥된 사람은 무려 11만8천여 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그해 10월 형무소 두 곳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저자들이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라는 시민운동을 준비하면서 보안법이 폐지돼 국가보안법 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그와 관련된 목소리들을 기록·보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출발했다.

저자들은 용산참사, 밀양송전탑, 형제복지원, 세월호참사, 비정규직 투쟁, 고공농성 등 한국 사회의 모순이 폭발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기록 활동을 펼쳤다.

저자들은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프로젝트에서 만나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피해 당사자나 관계자들을 만나 한 맺힌 이야기를 듣고 기록으로 남겼다.

인터뷰 대상은 보안법 투쟁의 최일선에 섰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들부터 탈북민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들까지다.

왜 보안법 역사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민주화 운동사에서 여성들의 공헌은 대단했지만,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가려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번 책은 늘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부제를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월의봄. 396쪽. 1만8천원.
[신간] 밀정, 우리 안의 적
▲ 애국가 작사자 도산 안창호 = 박재순 지음.
애국가의 작곡자는 안익태로 이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작사자에 대해서는 '안창호'와 '윤치호'로 엇갈린다.

과연 누가 진짜 작사자일까?
신학자인 저자는 '애국가'의 작사자는 신민회를 이끌었던 도산 안창호였다고 말한다.

독립협회를 이끈 윤치호는 '무궁화가'를 지었다는 것이다.

당시 독립협회는 친일파와 고위관료, 지식인과 민중이 뒤섞였고, 황제와 협력하고 타협하면서 입헌군주제를 내세우며 문명개화를 추구했다.

반면에 신민회는 민주공화정을 확고히 내세우고 독립전쟁을 준비하며 백성을 나라의 주인과 주체로 깨워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윤치호, 독립협회, '무궁화가'는 정신과 결이 일치하며 뗄 수 없이 결합돼 있다.

안창호, 신민회, '애국가' 역시 그 나름의 정신과 맥이 일치하며 뗄 수 없이 상호 결합돼 있다는 것. 이런 차이가 너무 뚜렷해 '애국가'를 독립협회와 윤치호에게, '무궁화가'를 신민회와 안창호에게 가져다 붙일 수 없다는 얘기다.

종문화사. 320쪽. 1만9천원.
[신간] 밀정, 우리 안의 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