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상] "학점 만점자도 대출 받아야"…성적장학금 폐지에 학생들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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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일방 통보식 공지…일부는 학자금 대출 문의"
대학측 "절대평가로 시험 변별력 떨어져…재정 악화도 부담"
올해 초 코로나19로 침해받은 학습권 보상을 놓고 갈등에 휩싸였던 대학가가 이번에는 성적장학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을 통해 학습권을 보상하는 대신 성적장학금을 줄이거나 폐지하고 있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항의하고 있다.
◇ 갑작스러운 장학금 폐지에 학생들 '당황'
대전 A대학 3학년인 김수현(가명·22)씨는 1학기 4.5점 만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받았지만, 예년보다 상당히 줄어든 성적장학금을 받게 됐다.
A대학이 지난달 29일 비대면 시험으로 성적 변별력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성적장학금 지급액을 한시적으로 축소한다고 공지한 데 따른 것이다.
학과 수석에게 제공하는 등록금 100% 감면 혜택은 30% 감면으로 줄이고, 학년 수석에게는 80% 감면에서 24% 감면으로 줄이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 비대면 수업이 실시되면서 과제량이 늘었지만 동점자 없이 형평성 있게 평가하겠다는 학과 방침이 내려와 평소보다 시험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학교가 성적 공개 약 1시간 전에 성적장학금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해 (예년 수준)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충남 B대학 2학년 이재희(가명·21)씨도 이번 학기 성적장학금 지급 대상에 속해 예년 같으면 등록금을 약 3만원만 내면 됐지만 한시적 성적장학금 폐지로 180여만원이나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씨는 "그동안 항상 교내외 장학금을 받았지만 갑자기 성적장학금이 폐지되면서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께 거금을 마련해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대전 C대학 3학년 양정문(가명·25)씨는 장학금 축소에 반발해 조만간 단식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양씨는 "학교가 학과 수석에게 등록금 100%를 지급하는 장학금을 없애고 학년별 1~3등에게 최고 72%를 지급하던 것도 학년별 인원에 따라 1~2등에게 최고 40%를 지급하는 식으로 축소했다"며 "피해 학생 120여명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이 성적장학금을 줄여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재원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거나 2학기 등록금을 감액하는 등 각 대학의 실질적 자구 노력에 비례해 총 1천억원을 지원하는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이 최대한 많은 재원을 보전하고자 등록금을 깎아주기보다 성적장학금을 축소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B대학 1학년 임희연(가명·20)씨는 "우리가 애초에 원한 것은 성적장학금 등 기존 장학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취소된 각종 축제나 행사 운영비에서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의 재원을 조달하라는 것이었다"며 "일방적인 성적장학금 폐지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나눠줄 재원을 미리 확보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 대학측 "A학점 인플레이션 현상 심해…장학금 지급 명분 떨어져"
대학 측은 절대평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기존보다 변별력이 떨어졌다며 성적장학금 폐지 또는 축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이번 학기 들어 4.5점 만점을 받은 학생이 한 학과에 3명 이상은 있을 정도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해졌다"며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해 성적장학금을 축소했고, 코로나19 장학금으로 더 많은 학생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측 수입이 급감한 것도 성적장학금 축소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B대학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 재정 손실도 막대한 상황"이라며 "성적장학금 폐지와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은 이미 총학생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변경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2학기에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학교가 늘어나며 대학가 내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처장은 "예년 경우 전국 강좌 중 약 1%에 해당하는 강의만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강좌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사전에 준비하지 못해 난감했다"며 "온라인 강의 비용, 방역 비용 등 각종 추가 손실도 부담해야 해 대부분 대학이 (예년 수준) 장학금을 지급할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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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학측 "절대평가로 시험 변별력 떨어져…재정 악화도 부담"
올해 초 코로나19로 침해받은 학습권 보상을 놓고 갈등에 휩싸였던 대학가가 이번에는 성적장학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을 통해 학습권을 보상하는 대신 성적장학금을 줄이거나 폐지하고 있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항의하고 있다.
◇ 갑작스러운 장학금 폐지에 학생들 '당황'
대전 A대학 3학년인 김수현(가명·22)씨는 1학기 4.5점 만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받았지만, 예년보다 상당히 줄어든 성적장학금을 받게 됐다.
A대학이 지난달 29일 비대면 시험으로 성적 변별력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성적장학금 지급액을 한시적으로 축소한다고 공지한 데 따른 것이다.
학과 수석에게 제공하는 등록금 100% 감면 혜택은 30% 감면으로 줄이고, 학년 수석에게는 80% 감면에서 24% 감면으로 줄이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 비대면 수업이 실시되면서 과제량이 늘었지만 동점자 없이 형평성 있게 평가하겠다는 학과 방침이 내려와 평소보다 시험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학교가 성적 공개 약 1시간 전에 성적장학금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해 (예년 수준)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충남 B대학 2학년 이재희(가명·21)씨도 이번 학기 성적장학금 지급 대상에 속해 예년 같으면 등록금을 약 3만원만 내면 됐지만 한시적 성적장학금 폐지로 180여만원이나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씨는 "그동안 항상 교내외 장학금을 받았지만 갑자기 성적장학금이 폐지되면서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께 거금을 마련해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대전 C대학 3학년 양정문(가명·25)씨는 장학금 축소에 반발해 조만간 단식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양씨는 "학교가 학과 수석에게 등록금 100%를 지급하는 장학금을 없애고 학년별 1~3등에게 최고 72%를 지급하던 것도 학년별 인원에 따라 1~2등에게 최고 40%를 지급하는 식으로 축소했다"며 "피해 학생 120여명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이 성적장학금을 줄여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재원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거나 2학기 등록금을 감액하는 등 각 대학의 실질적 자구 노력에 비례해 총 1천억원을 지원하는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이 최대한 많은 재원을 보전하고자 등록금을 깎아주기보다 성적장학금을 축소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B대학 1학년 임희연(가명·20)씨는 "우리가 애초에 원한 것은 성적장학금 등 기존 장학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취소된 각종 축제나 행사 운영비에서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의 재원을 조달하라는 것이었다"며 "일방적인 성적장학금 폐지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나눠줄 재원을 미리 확보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 대학측 "A학점 인플레이션 현상 심해…장학금 지급 명분 떨어져"
대학 측은 절대평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기존보다 변별력이 떨어졌다며 성적장학금 폐지 또는 축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이번 학기 들어 4.5점 만점을 받은 학생이 한 학과에 3명 이상은 있을 정도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해졌다"며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해 성적장학금을 축소했고, 코로나19 장학금으로 더 많은 학생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측 수입이 급감한 것도 성적장학금 축소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B대학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 재정 손실도 막대한 상황"이라며 "성적장학금 폐지와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은 이미 총학생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변경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2학기에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학교가 늘어나며 대학가 내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처장은 "예년 경우 전국 강좌 중 약 1%에 해당하는 강의만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강좌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사전에 준비하지 못해 난감했다"며 "온라인 강의 비용, 방역 비용 등 각종 추가 손실도 부담해야 해 대부분 대학이 (예년 수준) 장학금을 지급할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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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