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단체·기업·군인·문화관광해설사 '한마음'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는 것보다 손을 보태는 게 도움"
'이름 없는 천사들' 속속 구례 찾아 도움의 손길
"작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12일 침수 피해 복구가 한창인 전남 구례군 구례읍 오일시장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섬진강 지류인 지석천 제방이 붕괴하면서 지붕까지 잠겨버린 시장과 인근 주민을 돕기 위해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이름 없는 천사들이었다.

작지만 정성스러운 손길이 모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 하나로 뭉친 자원봉사자들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보자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순천에서 자원봉사를 온 조은숙(63) 씨는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내 이웃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3일째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시장 곳곳으로 흩어져 진흙으로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밖으로 꺼내놓고 물로 닦아냈다.

분주한 손놀림으로 한쪽에는 금세 깨끗하게 닦인 가재도구가 한가득 쌓였다.

'이름 없는 천사들' 속속 구례 찾아 도움의 손길
여러 사람이 섞여 혼란한 상황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아 나섰다.

미리 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재도구를 닦거나 물건을 옮기는 일 외에도 주민과 봉사자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거나 무더운 날씨에 대비해 물과 음료를 준비하는 등 도움의 손길들이 필요한 곳곳에 스며들었다.

한 가전제품 기업과 보일러 기업, 침구류 세탁 기업 등 역시 현장에 천막을 쳐놓고 침수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자원봉사단체 순천 라일락 김경애(57) 회장은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는 것보다 일단 나와서 손을 보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몸만 좀 힘들면 되지만 이곳에 사는 분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다 힘들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군인들도 대거 복구에 손을 보태며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이름 없는 천사들' 속속 구례 찾아 도움의 손길
31사단 장병 500여명은 침수 피해가 심각한 구례읍 양정마을에 투입됐다.

장병들은 수해로 더는 쓸 수 없는 가구와 집기류 등을 밖으로 옮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장병들의 도움으로 마을은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전남도와 구례군은 물론 인접 시군의 공무원들도 구례 피해 현장을 찾아 청소하는 등 손을 보태기도 했다.

문화관광해설사협회 소속으로 봉사를 나온 임향임(63) 씨는 "어려울 때 서로 돕자는 의미로 21개 시군에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힘을 모았다"며 "많은 분이 와 계시지만 여전히 손이 부족해 보이는 만큼 자원봉사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