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민원에 '찬밥 신세'도…"대학 진학 준비 차질, 관계 기관 도움 절실" 울산 약사고등학교 정구부 소속 학생선수들이 훈련장이 없어 민간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테니스장을 전전하고 있다.
학교스포츠 선진화와 활성화가 강조되지만, 비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열악한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약사고는 7년 전 개교와 함께 정구(소프트 테니스)를 교기로 정하고 학생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학교에는 정구 코트가 없어 선수들은 지난해까지 약사중학교 정구 코트를 찾아 동생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해 왔다.
울산에서 정구부를 운영 중인 학교는 약사고, 약사중, 백양초, 병영초 등 4곳이다.
이중 약사중과 백양초가 정구 코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사중 운동장에 공립 유치원을 조성하는 공사를 올해 초 시작하면서, 정구장 위치를 조정하는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까지는 정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더부살이'를 하던 약사고 정구부는 아예 '떠돌이 신세'가 됐다.
약사중 선수들은 백양초 양해를 얻어 정구장을 쓰고 있는데, 고등학생 선수들까지 신세를 지기는 어려운 처지다.
초등학교 일과와 고등학생 선수들의 훈련 시간대가 맞지 않을뿐더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일도 부담스럽게 됐다.
이 때문에 선수 6명으로 구성된 약사고 정구부는 요즘 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이 운영하는 테니스장을 전전하고 있다.
해당 기관의 양해를 얻어 훈련 시간을 확보하거나, 아예 사용료를 내고 코트를 빌리는 방식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테니스장도 동호인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빌리기 쉽지 않은 데다, 빌리더라도 테니스보다 공을 때리는 소리가 큰 정구 종목 특성 때문에 주변에서 소음 민원이 제기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약사고 정구부는 학교가 있는 중구를 벗어나 남구나 북구지역의 테니스장까지 원정 훈련을 다니고 있다.
학생선수들이 잦은 이동에 따른 불편과 피로는 물론 안전사고 우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현식 약사고 정구부 지도자는 9일 "고교 운동부 학생들의 대학 진학은 보통 3학년 3∼5월에 결정된다"라면서 "현재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의 진학을 생각하면 충실한 경기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데, 승합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하며 떠도는 현재 여건에서는 훈련 효과를 제대로 얻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구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소규모 테니스장 시설이라도 일주일에 3∼4회 정도 사용할 수 있다면 학생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관계 기관별 협의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울산시교육청은 현재 약사고 정구부에 승합차 렌트비와 유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트 확보에 대해서는 당장 뾰족한 묘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정구 선수들과 테니스 동호인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10면가량 규모의 정구장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치단체와 시체육회 등 관련 기관 모두 공감하고 있다"라면서 "내년 약사중 정구장이 조성되면 훈련장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때까지 약사고 선수들의 훈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관계 기관들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