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성 몸만들기는 안통해...지루해도 요령 없는 꾸준함이 왕도


강경원(48) 씨는 한국 보디빌딩계의 전설이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99년부터 12회 연속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보디빌딩이 처음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초대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4년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아놀드 클래식 오하이오 아마추어 부문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세계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IFBB)' 유로파 게임 프로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5년부터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영주권을 취득하고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강씨가 지난해 초 유튜브 채널을 열고 자신이 체득한 운동 방법을 알리고 있다.

최근 구독자 30만명을 돌파한 그는 5일 인터넷 메신저와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운동 열풍과 몸짱 유행이 부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그만큼 그릇된 정보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솔직히 유튜브 채널을 열고 싶지는 않았어요.

운동선수라는 본업에 충실해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동안 쌓아온 운동 노하우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권유해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제가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
강 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코너는 '운동 피드백'이다.

구독자가 자신이 운동한 영상을 보내주면, 이를 보고 강 씨가 자세를 교정해 주거나 요령 등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는 "선수 생활 초반에만 해도 운동 방법을 알고 싶어도 정보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운동 상식은 건강을 지키기는커녕 몸을 망가뜨린다"고 강조했다.

최근 몸짱 열풍이 불면서 수많은 홈 트레이닝 채널이나 운동 채널이 속속 등장해 '일주일 만에 체중 10kg 감량법'이나 '자면서 살 빼기' 등 비상식적인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에서 본 잘못된 정보로 얘기할 때 너무 답답했다"며 "이제는 내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몸 만들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자 신념이다.

성실함과 꾸준함만이 완벽한 몸을 만드는 필수조건이라는 믿음이다.

지금까지도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조깅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삶을 이어온 이유다.

그는 "단기 속성이나 '00일 안에 몸짱 되기' 등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은 이해하지만, 몸만들기만큼은 요령 부리지 않고 천천히, 어렵게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디빌딩은 이름 그대로 몸을 조각하는 일이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이루지는 못해요.

포기해야 하는 게 많습니다.

몸에 지방이 끼지 않도록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해야 하고, 퇴근 후 술 한 잔도 안 되죠. 아프거나 피곤한 날도 꾸준히 체육관을 찾아야 하고요.

"
최근 그가 올린 영상 가운데 화제가 된 콘텐츠는 라면 수프를 안 넣은 라면 먹기다.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지만, 그는 "라면 자체를 거의 안 먹다 보니 이렇게만 먹어도 너무 맛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먹고사냐고 묻는데 저는 오히려 현대인들이 너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었다고 봐요.

이 때문에 조미료가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고요.

보디빌더 식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조미료를 덜어낸 음식을 꾸준히 먹다 보면 원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
그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건강하고 멋지게 변화하는 것이 우리 몸"이라며 "보디빌딩의 매력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구독자 30만명 모두 몸짱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힌 그는 "30여년 동안 제가 체득한 정보를 아낌없이 알리고 싶다"며 "다만 진리는 재미가 없는 법이니 지루하더라도 꾸준히 봐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