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V자 반등’에 성공했다. 4일에는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로 대변되는 성장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상승세를 이어갈지 전망이 엇갈린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성장주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며 “계속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한국형 가치투자자’로 불린다. 대학생 시절인 2003년 김민국 대표와 VIP자산운용의 전신인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후 가치투자가 한국에서 통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KTB자산운용과 손잡고 출시한 KTBVIP스타셀렉션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1.1%에 달한다.

최 대표는 “2분기 실적이 주도주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舊)경제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 이상일 경우 투자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승세가 꺾이는 시점은 이들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때가 아닐 것”이라며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 생길 때 자금이 이동하면서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가치가 재조명받을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를 언급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2분기에 흑자를 낸 곳은 테슬라와 현대차가 유일하다. 최 대표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로 내수가 탄탄하다”며 “고가 모델 판매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수소차 경쟁력도 상당해 단기·중기·장기로 모두 봐도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지수보다는 개별종목에 집중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코로나19와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체보다 부분을 보는 게 편할 때가 있다”며 “개별종목 단위로 줄이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 굉장히 큰 상승 재료”라고 했다.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부 주식에 투자하는 걸 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금 비중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면서 저점과 고점에서 매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금보다 배당주를 사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주식시장이 유망한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종목이 있는 곳을 찾아서 투자하라”고 했다. “플랫폼에 투자하고 싶으면 미국, 내수 효과를 누리고 싶으면 중국, 저렴한 밸류에이션을 찾으면 한국”에 투자하면 된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가치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싸고 좋은 종목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주도주의 사이클은 항상 순환해왔다”며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르는 장세도 있지만,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종목이 제자리로 가는 장세도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