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작가를 뽑는다…미술전시 큐레이팅 '파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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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갤러리 '사적인 노래Ⅰ' 기획 목홍균 큐레이터
지난 2017년 세계적인 현대미술축제 카셀 도큐멘타와 베네치아비엔날레의 총감독이 각각 배우자와 연인 작품을 전시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기획자와 작가의 사적 관계는 연대와 협력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변질하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전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큐레이터 목홍균은 당시 스캔들 이후 전시기획에서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자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여 작가 선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반대로 목홍균은 기획자가 작가 선정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사적인 노래Ⅰ'가 그렇게 출발한 전시다.
영상과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 작품 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작가를 선정한 과정과 방식이다.
전시엔 작가 8명이 참여했는데, 기획자 목홍균이 직접 뽑은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인공지능(AI)이 직접 작가를 뽑거나 크게 개입했다는 부분이다.
스웨덴에서 알고리즘 딥러닝을 활용해 개발한 프로그램 큐라트론을 이용했다.
공모에 지원한 작가 350명은 자신의 작업 내용을 소개하고, 지원자 중 함께 전시하고 싶은 작가를 뽑았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안 골렉과 캐나다 작가 알렉시아 라페르테 쿠투, 영국 작가 제임스 클락슨 등 작가 3명을 선정했다.
두 번째로는 역시 큐라트론으로 협력 기획자 2명을 선정했고, 세 번째로는 블라인드 방식 공모로 협력 기획자 3명을 추가로 뽑았다.
협력 기획자 5명은 작가 후보군을 추렸고, 다른 기획자가 추천한 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아나 월드, 에드아르도 레옹, 유비호, 장진승, 정재희 등 작가 5명의 참여가 결정됐다.
큐라트론 개발자인 카메론 맥레오드 등 5명은 연구자로 함께 했다.
결국 전체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은 물론, 협력 기획자들도 직접 작가를 선정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목홍균은 "작가 선정 과정에서 기획자가 빠진다면 어떤 구조가 가능할지 고민했다"며 "북유럽에서 활용되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플랫폼인 큐라트론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자가 작가를 선정하지 않는 시도를 하면서 역할이 바뀌는 느낌이었다"라며 "나는 전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이자 어시스트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AI가 참여 작가를 선정한다는 것은 예술 영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도일 수 있다.
목홍균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 큐레이터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협업해 인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선정 방식 실험이 신선하다고 해도 결과물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곤란하다.
관람객들은 과정이 아닌 전시 작품으로 평가한다.
목홍균은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몰라 불안함이 있었는데 결과가 예상보다 더 좋아 흡족하다"라며 "모든 리서치와 작가 선정을 직접 했다면 이 정도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획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이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전시에 도움이 된다면 기획자가 빠질 수도 있죠."
이번 전시는 새로운 작가 선정 방식에 대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목홍균은 "인간을 학습한 알고리즘이 인간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라며 "다만 나와 전혀 접점이 닿지 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작가에게만 기회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에 의한 작가 선정을 극복하고 더 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020 두산갤러리 전시기획공모 선정 작품이다.
두산갤러리는 2018년부터 격년으로 다양한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자를 선발해 지원한다.
독립큐레이터 목홍균은 2018년부터 기술이 어떻게 큐레이터의 실천적 도구로서 전시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모임 알앤디에서 활동 중이다.
전시는 다음 달 19일까지. /연합뉴스
기획자와 작가의 사적 관계는 연대와 협력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변질하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전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큐레이터 목홍균은 당시 스캔들 이후 전시기획에서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자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여 작가 선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반대로 목홍균은 기획자가 작가 선정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사적인 노래Ⅰ'가 그렇게 출발한 전시다.
영상과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 작품 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작가를 선정한 과정과 방식이다.
전시엔 작가 8명이 참여했는데, 기획자 목홍균이 직접 뽑은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인공지능(AI)이 직접 작가를 뽑거나 크게 개입했다는 부분이다.
스웨덴에서 알고리즘 딥러닝을 활용해 개발한 프로그램 큐라트론을 이용했다.
공모에 지원한 작가 350명은 자신의 작업 내용을 소개하고, 지원자 중 함께 전시하고 싶은 작가를 뽑았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안 골렉과 캐나다 작가 알렉시아 라페르테 쿠투, 영국 작가 제임스 클락슨 등 작가 3명을 선정했다.
두 번째로는 역시 큐라트론으로 협력 기획자 2명을 선정했고, 세 번째로는 블라인드 방식 공모로 협력 기획자 3명을 추가로 뽑았다.
협력 기획자 5명은 작가 후보군을 추렸고, 다른 기획자가 추천한 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아나 월드, 에드아르도 레옹, 유비호, 장진승, 정재희 등 작가 5명의 참여가 결정됐다.
큐라트론 개발자인 카메론 맥레오드 등 5명은 연구자로 함께 했다.
결국 전체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은 물론, 협력 기획자들도 직접 작가를 선정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목홍균은 "작가 선정 과정에서 기획자가 빠진다면 어떤 구조가 가능할지 고민했다"며 "북유럽에서 활용되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플랫폼인 큐라트론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자가 작가를 선정하지 않는 시도를 하면서 역할이 바뀌는 느낌이었다"라며 "나는 전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이자 어시스트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AI가 참여 작가를 선정한다는 것은 예술 영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도일 수 있다.
목홍균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 큐레이터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협업해 인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선정 방식 실험이 신선하다고 해도 결과물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곤란하다.
관람객들은 과정이 아닌 전시 작품으로 평가한다.
목홍균은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몰라 불안함이 있었는데 결과가 예상보다 더 좋아 흡족하다"라며 "모든 리서치와 작가 선정을 직접 했다면 이 정도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획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이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전시에 도움이 된다면 기획자가 빠질 수도 있죠."
이번 전시는 새로운 작가 선정 방식에 대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목홍균은 "인간을 학습한 알고리즘이 인간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라며 "다만 나와 전혀 접점이 닿지 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작가에게만 기회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에 의한 작가 선정을 극복하고 더 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020 두산갤러리 전시기획공모 선정 작품이다.
두산갤러리는 2018년부터 격년으로 다양한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자를 선발해 지원한다.
독립큐레이터 목홍균은 2018년부터 기술이 어떻게 큐레이터의 실천적 도구로서 전시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모임 알앤디에서 활동 중이다.
전시는 다음 달 1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