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미술품 1500여 점 한자리에
구름 아래 언덕에 우거진 갈대와 늘어진 수양버들이 한가롭다. 물 위에는 오리들이 헤엄을 친다. 청동 바탕에 문양 부분을 파낸 뒤 은을 박아 장식한 은입사(銀入絲) 기법이 정교하다. 절에서 마음의 때를 씻는다는 의미로 피우는 데 쓰인 향완(香)에 새겨진 문양이다.

일본에서 발견돼 국내로 돌아온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향완(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香)’ 한 쌍이 일반에 공개된다.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1~3층에서 열리는 ‘2020 한국고미술협회전-옛 삶으로 마음을 열다’에서다.

고미술협회전은 매년 전국 지회의 회원들이 한데 모이는 행사다. 오랫동안 고미술품이 저평가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회원 400여 명이 서화, 도자기, 토기, 고가구, 금속공예품, 자수품, 청동기물, 생활용품 등 1500여 점을 내놓고 고미술품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출품작의 제작 연대도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분포해 고미술품을 통해 1500년에 이르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출품된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향완 쌍(雙)’은 일본의 한 사찰에서 발견돼 국내로 돌아온 문화재다. 입이 넓은 몸체와 나팔형 받침으로 이뤄진 전형적 고려시대 향완으로 높이가 25.0㎝, 입 지름이 25.5㎝다. 고미술협회는 “11세기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국보 제95호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과 문양이 거의 일치하고 문양을 은입사한 솜씨가 뛰어나 11세기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 쌍으로 이뤄진 향완도 유례가 없어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대고려국새(大高麗國璽)’라고 새긴 주물 도장도 흥미롭다. 가로 9㎝, 세로 12㎝인 이 국새는 지금까지 공개된 것 가운데 가장 크고 글자의 깊이도 깊다. 고려시대에 수출품을 포장하는 나무상자에 고려국 제품임을 표시하는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이 특유의 반듯하고 굵은 서체로 쓴 ‘쌍청루(雙淸樓)’ 현판 글씨, 조선 중기 문신인 회흥군 황헌의 초상화, 책가도와 문자도, 대나무 구름 학 봉황 등을 상감기법으로 표현한 청자도판 등도 눈길을 끈다.

수수하면서도 고아한 기품을 자랑하는 조선시대 백자항아리(백자호)도 4점 나왔다. 이 중 높이가 37.5㎝인 백자호는 몸체가 좌우 대칭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18세기의 대표 항아리다. 순백의 태토 위에 맑고 투명한 유약을 발랐으며, 몸체 중간의 이음새가 말끔하고 단아하다. 책장·약장·찬장 등 용도가 다양했던 장, 옷가지를 넣었던 롱, 서책이나 엽전, 그릇 등을 보관했던 궤, 음식이나 차를 차렸던 소반, 책을 올려놓고 읽었던 서안 등 다양한 고가구도 선보인다. 특히 배나무와 가래나무로 만들어 사서삼경 80권을 보관했던 사층책장, 주칠장 등이 주목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