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 약품과 물건 대 물건으로 교역하는 것”을 예로 들며 물물교환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넘어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21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물물교환 방식의 대북교류가 국제사회나 미국의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들이 제재와 관련해 늘 직접적인 제약 조건들로 작용했었기 때문에 물물교환 방식으로, 새로운 상상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며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등 인도적 교류협력의 영역에서부터 작은 교역을 추진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 약품과 물건 대 물건으로 교역부터 시작해 상황과 조건이 개선되면 더 큰 교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한미워킹그룹과 관련해서도 “우리 스스로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것과 워킹그룹을 통해 해야 하는 건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인도적 교류 관련 영역에서는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하지 않고 스스로 독자적으로 판단해 추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통일부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연기되는 게 좋겠다”며 “그러나 장관 후보자로서 국방부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청취해 보면 전시작전권 반환과 관련해 FOC(한미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를 이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요구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방부의 요구, 코로나19 확산 상황 그런 것을 모두 감안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해 연합훈련 연기 쪽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북 간 연락 채널은 소통 수단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이후 새로운 연락 채널로 ‘서울·평양 대표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