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선행 조건은 완료…추가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도 노력 중"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M&A)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중재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미룸에 따라 딜 클로징(종료) 시점은 또다시 늦춰지게 됐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 자료를 내고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어제(15일)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며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항공이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스타항공은 마감 시한인 15일까지 선결 조건을 모두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미지급금 1천700억원 중 3월 이후 발생한 800억∼1천억원의 미지급금을 해소하기 위해 리스사와 조업사, 정유사 등에 비용 탕감을 요청했지만, 정유사가 이를 사실상 거절하는 등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됐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 성사 가능성은 이미 낮지만 당장 계약 해제 절차를 밟지는 않고 일단 시간을 더 가지겠다는 취지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촉구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체불 임금 해소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정부가 중재에 나선 만큼 곧바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1천700억원의 인수 금융 외에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 등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태도를 바꿀 만한 정책적 지원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되고 1천600명의 실직자가 나오게 되면 제주항공 역시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당장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선행조건이 완료된 만큼 속히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계약서상에 명시된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의 선결 조건은 이미 해결했다는 취지다.
이스타항공은 이어 "주식매매계약서상 의무가 아님에도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 성실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미지급금 해소는 계약서상 선결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결 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 양사의 입장차가 엇갈리면서 추후 계약 파기시 책임 소재를 놓고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