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등급과 은행 신용등급 차이도 원인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간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15만여건에 달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02년 은행권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부채가 줄거나 소득이 늘어 신용등급이 개선된 경우 기존에 받은 대출의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고 안내가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8년 12월 금리인하요구권의 안내를 의무하는 법개정을 진행했고 지난해 6월 시행됐다.
금리인하요구가 신청되면 은행은 심사를 거쳐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은행은 신청일부터 10영업일 내에 수용 여부 및 거부 사유 등을 안내해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면서 요청이 쏟아졌다. 4대 시중은행에만 지난 5월까지 1년간 15만여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이 요청을 받아들인 수용률은 평균 35.4%였다.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낮은 건 개인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담보대출 소비자들의 신청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가계대출의 80%(금액 기준)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담보대출이다. 담보대출은 담보물의 상태와 대출기간에 따라 금리가 정해지기 때문에 차주의 신용등급 변화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경우 99% 거부된다"며 "이같은 사례가 수용률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1건의 대출이라도 여러번의 금리인하 신청을 할 수 있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용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은행들의 안내가 여전히 부실해, 낮은 수용률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자체 신용등급을 사용하는 것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낮추는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나이스신용평가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같은 신용평가(CB)사의 신용등급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평가로 소비자들의 신용등급을 정한다. 때문에 소득이 늘어 CB 등급은 올라가도 시중은행 신용등급은 그대로인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소득이나 부채는 동일한 상황에서도 은행 이용거래 실적이 많아 신용등급이 올라가기도 한다.
신청만 하고 실제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은행에서도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신청건수는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라는 게 시중은행 측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상태가 개선되면 누구든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라며 "은행 창구를 방문해 필요 서류나 관련 절차를 확인하면 가능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