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송환 논란 `일파만파`…법무부·검찰 책임론 대두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 결정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범죄인 인도 절차를 맡은 법무부와 검찰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손씨가 미국 송환을 피한 직접적인 이유는 서울고법의 인도 거절 결정이지만, 범죄인 인도 주무 부서인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과거 손씨 수사를 했던 서울중앙지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 수사 과정 살펴보니…`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적용했어야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은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을 중심으로 W2V 사이트 수사를 하다가 비트코인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련성을 파악해 2017년 9월 국제형사사법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그해 10월 내사에 착수해 2018년 2월까지 수사를 진행한 뒤 손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같은 해 3월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이어 손씨를 구속한 다음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손씨의 구속기간 동안 보강 수사를 거쳐 2018년 3월 22일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손씨가 사용한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의 거래내역과 아버지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보해 이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자금의 흐름을 파악했지만, 범죄수익 은닉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 발생 원인을 가장하거나 은닉한 사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범행이 미수에 그친 경우나 범행을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에도 처벌된다.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2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지난해 5월 형이 확정됐고, 올해 4월 27일 형기가 만료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애초에 손씨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더라면 손씨는 더 높은 형량으로 처벌받았을 뿐만 아니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쟁이 생길 여지도 없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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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수사해 기소했다면 미국송환 문제 안 생겨"

손씨 수사 당시 검찰의 지휘 라인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이두봉 4차장(현 대전지검장)-홍종희 여조부장(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손진욱 부부장 검사(주임검사·현 대구지검 의성지청장)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수사는 손씨의 주요 범죄사실인 음란물 제작·배포를 확인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된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수사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범행을 수사해도 범죄수익이 어떻게 취득·처분됐는지는 당연히 뒤따르는 건데 수사팀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손씨는 당시 검찰에서 "휴대전화가 없을 때 실명인증을 할 수 없어 몇 개월은 아버지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며 "2015년 하반기 무렵 제 휴대전화를 만들고 나서 제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을 사용했는데, 다크웹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했다"는 손씨의 진술을 보더라도 검찰 수사에 많은 부분 의문이 남는다.

만약 검찰이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으면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물론 무혐의로 판단했어도 미국 송환을 거절할 이유가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검찰이 무책임하게 판단을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처음에 수사를 잘해서 문제가 없게 기소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며 "수사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인도심사 결정을 담당한 법원도 이례적으로 지적한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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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도 인도 요청 받았을 때 적극 대응했어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 법무부는 미국 법무부가 손씨의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공식적으로 진행한 2019년 2월 이전부터 물밑에서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미국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치안판사는 아동음란물 광고 등 혐의로 손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미국 연방대배심은 같은 해 8월 9일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씨는 한 달 뒤인 2018년 9월 7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1심 판결 직후 한국 법원의 낮은 형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법무부가 이런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는 가운데 2019년 4월 19일 외교부에 범죄인 인도 관련 서류가 도착해 4월 24일 법무부에 전달됐다. 손씨는 같은 해 5월 2일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정우 송환 논란 `일파만파`…법무부·검찰 책임론 대두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뒤늦은 고소·고발이 범죄인 인도에 막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직접 아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을 지낸 권순철(51·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는 "자금세탁이 포함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있었으면 법무부가 지난해 4월 당시 신속히 검찰에 알려 이 부분을 적극 수사하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도 논란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미국이 손씨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오는 경우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성 없이 비판 여론을 의식한 입장이란 지적이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와 서울고검, 대검 국제협력단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제형사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을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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