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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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나무의 말
▲ 전쟁과 가족 = 권헌익 글. 정소영 옮김.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됐다.
20세기의 가장 폭력적인 내전이었던 한국전쟁은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북미관계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이자 서울대 인류학과 초빙석좌교수인 저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자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한 방식을 가족과 친족의 관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인간적 친밀함이라는 환경이 어떻게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정치의 주요 표적이 됐는지, 이후 긴 냉전시기 동안 어떻게 국가적 규율 행위의 핵심이 돼왔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안동, 제주 등의 현지조사를 통한 인류학적 분석은 문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과 만나 전 지구적 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냉전적 근대성의 본질을 묻는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세계사라는 넓은 지평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토록 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창비. 324쪽. 2만원. ▲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홍미숙 지음.
조선 시대에 왕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하면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다음으로 큰 사당이 칠궁이다.
이곳에는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으로서 왕을 낳았지만 왕비에는 이르지 못한 비운의 여인들이었다.
이들 후궁은 살아서는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왕 곁에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도 죽어서는 왕비가 아닌 이상 왕 곁에는 얼씬도 못했다.
신주도 왕 곁에 모셔질 수 없었다.
이 책은 칠궁의 이야기를 담았다.
광해군의 어머니인 공빈 김씨(선조의 후궁)와 경종의 어머니인 대빈궁의 희빈 장씨(숙종의 후궁), 영조의 어머니인 육상궁의 숙빈 최씨(숙종의 후궁), 순조의 어머니인 경우궁의 수빈 박씨(정조의 후궁) 등이 그들이다.
글로세움. 232쪽. 1만5천원. ▲ 나무의 말 =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미국 사진작가인 저자는 10여 년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호주, 유럽은 물론 시베리아와 남극까지 돌아다니며 2천 살이 넘는 나무 생명체들을 기록했다.
오래된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나름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13만 평에 펼쳐져 있으나 뿌리가 하나인 판도(8만 살.미국 유타주 피시 호.사시나무)는 영양분과 수분을 부족한 쪽으로 고르게 분배할 줄 아는 아량을 지녔다.
불이 잘 나는 남아프리카 저지대에서 살아가는 지하 삼림(1만 3천 살.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난쟁이 모볼라)은 아예 몸통을 땅속으로 숨겨버리고 머리 쪽만 땅 위로 내밀어 화재에 대응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생명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현재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오래된 생명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이 생명체를 둘러싼 이야기들, 그리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사진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윌북. 340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
▲ 전쟁과 가족 = 권헌익 글. 정소영 옮김.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됐다.
20세기의 가장 폭력적인 내전이었던 한국전쟁은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북미관계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이자 서울대 인류학과 초빙석좌교수인 저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자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한 방식을 가족과 친족의 관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인간적 친밀함이라는 환경이 어떻게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정치의 주요 표적이 됐는지, 이후 긴 냉전시기 동안 어떻게 국가적 규율 행위의 핵심이 돼왔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안동, 제주 등의 현지조사를 통한 인류학적 분석은 문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과 만나 전 지구적 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냉전적 근대성의 본질을 묻는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세계사라는 넓은 지평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토록 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창비. 324쪽. 2만원. ▲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홍미숙 지음.
조선 시대에 왕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하면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다음으로 큰 사당이 칠궁이다.
이곳에는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으로서 왕을 낳았지만 왕비에는 이르지 못한 비운의 여인들이었다.
이들 후궁은 살아서는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왕 곁에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도 죽어서는 왕비가 아닌 이상 왕 곁에는 얼씬도 못했다.
신주도 왕 곁에 모셔질 수 없었다.
이 책은 칠궁의 이야기를 담았다.
광해군의 어머니인 공빈 김씨(선조의 후궁)와 경종의 어머니인 대빈궁의 희빈 장씨(숙종의 후궁), 영조의 어머니인 육상궁의 숙빈 최씨(숙종의 후궁), 순조의 어머니인 경우궁의 수빈 박씨(정조의 후궁) 등이 그들이다.
글로세움. 232쪽. 1만5천원. ▲ 나무의 말 =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미국 사진작가인 저자는 10여 년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호주, 유럽은 물론 시베리아와 남극까지 돌아다니며 2천 살이 넘는 나무 생명체들을 기록했다.
오래된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나름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13만 평에 펼쳐져 있으나 뿌리가 하나인 판도(8만 살.미국 유타주 피시 호.사시나무)는 영양분과 수분을 부족한 쪽으로 고르게 분배할 줄 아는 아량을 지녔다.
불이 잘 나는 남아프리카 저지대에서 살아가는 지하 삼림(1만 3천 살.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난쟁이 모볼라)은 아예 몸통을 땅속으로 숨겨버리고 머리 쪽만 땅 위로 내밀어 화재에 대응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생명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현재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오래된 생명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이 생명체를 둘러싼 이야기들, 그리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사진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윌북. 340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