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손스도 인정한 이지혜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음악 지평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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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17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너는 호랑이처럼 연주하는구나.
한국의 호랑이처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는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이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산토리홀에서 2016년 11월 '말러 교향곡 9번' 연주가 끝난 후 그에게 다가와 한 말이다.
"2년이 걸렸어요.
마에스트로에게 인정을 받기까지가.
그전에는 제가 다가가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분이 저에게 직접 다가와 말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막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쁜 마음이었지만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모두 진이 빠진 상태였어요.
그날 공연이 테크닉적으로 완벽한 연주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영혼 어딘가에 무언가를 남겼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이지혜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이제는 고인이 된 얀손스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 2015년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종신 악장 자리에 올랐다.
동양인으로 악장 자리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었다.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은 지난 2008년 영국음악전문지 '그라모폰'으로부터 세계 교향악단 순위 6위에 오른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세상을 떠난 명지휘자 얀손스가 상임 지휘자로 있으면서 오케스트라의 명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얀손스는 카라얀, 번스타인 등을 잇는 카리스마 넘치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명이었다.
이지혜는 독일 음악 전통이 강한 악단에서 뿌리내리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악장 자리에 오르는 것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그는 6개월간 11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끝에 악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독일 악단에서 적응하기란 생각보다 수월치 않았다.
"독일에서 공부하기 전에 미국에서 5년을 공부했고, 독일에서만 10년을 살았는데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그들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들도 저를 멤버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어느 순간 편안해지긴 했습니다.
"(웃음) 이지혜가 오케스트라의 길을 걸은 건 다소 의외였다.
199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2004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3위, 2005년 사라사테 국제 콩쿠르 1위, 2009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1위,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등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의 성적은 당시 한국인 연주자가 바이올린 부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얼마든지 솔로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그는 독일의 오케스트라로 방향을 틀었다.
"솔리스트를 고집한 적은 없어요.
학생 때는 콩쿠르에 나가야 해서 나간 것뿐이었죠. 오케스트라에 합류하기 전에 실내악을 여러 번 했는데 혼자 연주하는 것보단 여럿이서 하는 게 더 행복했어요.
소통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뤄나가는 게 혼자 만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더라고요.
"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얀손스 같은 명지휘자의 단련을 거친 데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예핌 브론프만, 에마누엘 엑스 같은 대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느끼는 점도 많았다.
"음악에는 그 사람의 성품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아는 연주자 중에 브론프만처럼 성품이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대가지만 절대 자기를 높이지 않고, 상대방과 오케스트라를 존중하죠.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입니다.
큰 연주자들은 성품도 온화한 경우가 많은 듯해요.
그런 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 이지혜는 지난 2013년부터 피아니스트 김태형,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트리오 가온'을 결성해 실내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태형과 함께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지혜가 국내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건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5번', 에네스쿠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가장조'를 연주한다.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어려운 시기에 연주회를 열게 됐어요.
연주회장에 있는 관객들을 만날 때, 얼마나 벅찰지 벌써 설렙니다.
음악에 목마르던 분들이 오실 텐데, 그분들의 갈증을 채울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겠습니다.
"
/연합뉴스
"너는 호랑이처럼 연주하는구나.
한국의 호랑이처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는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이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산토리홀에서 2016년 11월 '말러 교향곡 9번' 연주가 끝난 후 그에게 다가와 한 말이다.
"2년이 걸렸어요.
마에스트로에게 인정을 받기까지가.
그전에는 제가 다가가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분이 저에게 직접 다가와 말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막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쁜 마음이었지만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모두 진이 빠진 상태였어요.
그날 공연이 테크닉적으로 완벽한 연주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영혼 어딘가에 무언가를 남겼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이지혜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이제는 고인이 된 얀손스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 2015년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종신 악장 자리에 올랐다.
동양인으로 악장 자리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었다.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은 지난 2008년 영국음악전문지 '그라모폰'으로부터 세계 교향악단 순위 6위에 오른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세상을 떠난 명지휘자 얀손스가 상임 지휘자로 있으면서 오케스트라의 명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얀손스는 카라얀, 번스타인 등을 잇는 카리스마 넘치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명이었다.
이지혜는 독일 음악 전통이 강한 악단에서 뿌리내리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악장 자리에 오르는 것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그는 6개월간 11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끝에 악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독일 악단에서 적응하기란 생각보다 수월치 않았다.
"독일에서 공부하기 전에 미국에서 5년을 공부했고, 독일에서만 10년을 살았는데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그들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들도 저를 멤버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어느 순간 편안해지긴 했습니다.
"(웃음) 이지혜가 오케스트라의 길을 걸은 건 다소 의외였다.
199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2004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3위, 2005년 사라사테 국제 콩쿠르 1위, 2009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1위,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등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의 성적은 당시 한국인 연주자가 바이올린 부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얼마든지 솔로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그는 독일의 오케스트라로 방향을 틀었다.
"솔리스트를 고집한 적은 없어요.
학생 때는 콩쿠르에 나가야 해서 나간 것뿐이었죠. 오케스트라에 합류하기 전에 실내악을 여러 번 했는데 혼자 연주하는 것보단 여럿이서 하는 게 더 행복했어요.
소통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뤄나가는 게 혼자 만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더라고요.
"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얀손스 같은 명지휘자의 단련을 거친 데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예핌 브론프만, 에마누엘 엑스 같은 대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느끼는 점도 많았다.
"음악에는 그 사람의 성품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아는 연주자 중에 브론프만처럼 성품이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대가지만 절대 자기를 높이지 않고, 상대방과 오케스트라를 존중하죠.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입니다.
큰 연주자들은 성품도 온화한 경우가 많은 듯해요.
그런 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 이지혜는 지난 2013년부터 피아니스트 김태형,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트리오 가온'을 결성해 실내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태형과 함께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지혜가 국내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건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5번', 에네스쿠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가장조'를 연주한다.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어려운 시기에 연주회를 열게 됐어요.
연주회장에 있는 관객들을 만날 때, 얼마나 벅찰지 벌써 설렙니다.
음악에 목마르던 분들이 오실 텐데, 그분들의 갈증을 채울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