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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도무지 슬프지 않은 어떤 시간 속에서 고형렬(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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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아침의 시] 도무지 슬프지 않은 어떤 시간 속에서 고형렬(1954~)
    아기였을 때는 항상 어머니와 함께 잤고
    소년 때는 늘 홀로된 할머니 곁에서 잤는데
    총각 때는 혼자 자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는
    언제나 아내와 함께 잤다
    책을 손에 쥐고 잠든 적도 없지 않지만
    잠은 어떤 시간의 사이에서 잠시 빌린 것이었다
    앞으론 누구와 함께 잘 일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나에게 잠을 대줄 사람이 없다
    나는 앞으로 매일 밤
    혼자서 잘 일이 걱정이다
    아침까지 밤을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하게 지구와 달이 데려다주겠지만
    나는 앞으로
    조금씩 더 어두워져갈 나를 껴안고 잘 것이다
    먼 별밤이 되어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시집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창비) 中

    인간의 시간 중에 누구와 함께 잠드는 것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시간은 또 없겠지요. 지난날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 더없이 아름다웠을 잠의 시간. 잠시 빌린 그 시간을 잃어버린 한 사람이 홀로 잠잘 일은 참 걱정입니다. 누구 대신에 외로움과 고독이 나와 함께 누웠으니. 긴 시간을 견디는 일의 어려움은 홀로인 내가 껴안고 자야 할, 내게 주어진 미래라는 시간의 몫이겠지요.

    김민율 시인(2015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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