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지 않는 희망…정영두의 현대 무용 '닿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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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현대무용제 대표공연 '모다페 초이스'서 선보여
김설진·이경은·안애순 작품도 눈길
암전된 상태의 무대. 어둠을 가르는 가야금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희미한 조명이 비치면 무대는 여명(黎明) 상태가 된다.
희미했던 조명이 점차 밝아지면서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남자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 15일 공개된 현대 무용가 정영두의 '닿지 않는'의 도입부다.
정영두는 두댄스시어터를 이끌며 주로 안무가로 활동했다.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MODAFE)에서는 자신이 한 안무를 직접 무대에서 시연했다.
그가 무용수로 모다페 무대에 선 건 2006년 '텅 빈 흰 몸' 이후 14년 만이다.
'닿지 않는'의 무대는 단출했다.
가야금 연주를 맡은 박경소·임지혜와 무용수 정영두 등 3명만 등장한다.
어두운 조명, 강약을 조절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야금 소리, 부드러운 무용수의 움직임, 그리고 그가 토해내는 한숨.
고즈넉한 음악에 맞춘 '정중동'의 움직임은 수십 명의 군무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줬다.
움직임은 크지 않고, 심지어 느리기까지 했지만, 그 미세하고 작은 움직임 안에는 폭발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미증유의 힘을 숨기고 있지만 잔잔해 보이는 파도처럼 말이다.
정영두의 움직임은 그 안에 여러 감정을 담고 있었다.
팔과 다리, 어깨의 미묘한 움직임은 고통스럽고, 절망에 찬 삶의 비가(悲歌)를 노래하는 듯했다.
때론, 그 안에 희망과 행복, 꿈의 이미지도 담겼지만, 그런 삶의 찬가(讚歌)는 열대 지방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짧게 지나갈 뿐이다.
정영두의 '닿지 않는'은 개인의 삶을 그린 사소설(私小說) 같은 춤이다.
절제된 움직임과 가야금 두 대, 희미한 조명의 사용으로 무대를 구현한 미니멀한 작품이다.
공연 시간도 12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삶의 조각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정영두는 "시간이 흘러가고 변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여러 이미지와 감정, 기억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들을 움직임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이날 모다페 초이스에선 정영두의 작품 외에 이경은 '오프 데스티니'(OFF DESTINY), 김설진 '섬', 안애순 '타임스퀘어'(Time Square)도 함께 선보였다.
이경은의 작품은 안무가 자신이 홀로 출연해 무대를 꽉 채웠다.
음악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춤만으로 넓은 무대를 채웠다.
무대 속 이경은은 춤을 추면서 계속 넘어졌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춤을 췄다.
마치 매일 무거운 바위를 들고 산 정상에 오르는 일을 반복하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김설진은 '섬'을 통해 함께 존재하지만 섬처럼 떨어져 살아가는 인간들의 소통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끌었고, 안애순은 '타임스퀘어'에서 시공간의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기억을 끄집어냈다.
/연합뉴스
김설진·이경은·안애순 작품도 눈길
암전된 상태의 무대. 어둠을 가르는 가야금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희미한 조명이 비치면 무대는 여명(黎明) 상태가 된다.
희미했던 조명이 점차 밝아지면서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남자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 15일 공개된 현대 무용가 정영두의 '닿지 않는'의 도입부다.
정영두는 두댄스시어터를 이끌며 주로 안무가로 활동했다.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MODAFE)에서는 자신이 한 안무를 직접 무대에서 시연했다.
그가 무용수로 모다페 무대에 선 건 2006년 '텅 빈 흰 몸' 이후 14년 만이다.
'닿지 않는'의 무대는 단출했다.
가야금 연주를 맡은 박경소·임지혜와 무용수 정영두 등 3명만 등장한다.
어두운 조명, 강약을 조절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야금 소리, 부드러운 무용수의 움직임, 그리고 그가 토해내는 한숨.
고즈넉한 음악에 맞춘 '정중동'의 움직임은 수십 명의 군무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줬다.
움직임은 크지 않고, 심지어 느리기까지 했지만, 그 미세하고 작은 움직임 안에는 폭발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미증유의 힘을 숨기고 있지만 잔잔해 보이는 파도처럼 말이다.
정영두의 움직임은 그 안에 여러 감정을 담고 있었다.
팔과 다리, 어깨의 미묘한 움직임은 고통스럽고, 절망에 찬 삶의 비가(悲歌)를 노래하는 듯했다.
때론, 그 안에 희망과 행복, 꿈의 이미지도 담겼지만, 그런 삶의 찬가(讚歌)는 열대 지방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짧게 지나갈 뿐이다.
정영두의 '닿지 않는'은 개인의 삶을 그린 사소설(私小說) 같은 춤이다.
절제된 움직임과 가야금 두 대, 희미한 조명의 사용으로 무대를 구현한 미니멀한 작품이다.
공연 시간도 12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삶의 조각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정영두는 "시간이 흘러가고 변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여러 이미지와 감정, 기억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들을 움직임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이경은의 작품은 안무가 자신이 홀로 출연해 무대를 꽉 채웠다.
음악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춤만으로 넓은 무대를 채웠다.
무대 속 이경은은 춤을 추면서 계속 넘어졌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춤을 췄다.
마치 매일 무거운 바위를 들고 산 정상에 오르는 일을 반복하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김설진은 '섬'을 통해 함께 존재하지만 섬처럼 떨어져 살아가는 인간들의 소통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끌었고, 안애순은 '타임스퀘어'에서 시공간의 흐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기억을 끄집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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