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을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소화하는 일정이 있다.

바로 '닭한마리' 먹기다.

그가 서울의 식당에서 닭한마리를 즐기는 모습은 지난해 공개된 일정만 4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때 닭한마리를 먹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비건 부장관이 미국 자택에서 직접 육수를 끓여 요리해 먹는 모습이 지난 12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닭한마리 요리법을 한국 방문 때마다 즐겨 찾는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전수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식당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건 부장관이 워낙 닭한마리라는 음식을 좋아해 자주 찾다 보니 단골손님으로 친분이 생겼다"며 "최근 요청이 들어와서 우리 식당 레시피를 비건 부장관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닭한마리라는 한국 음식에 열광하는 이들은 비단 비건 부장관뿐만은 아니다.

맛이 순한 육수에 닭고기, 떡, 감자 등을 끓여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는 닭한마리는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이다.

곁들여 먹는 김치 역시 외국인도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고춧가루 비율이 높지 않고 물김치에 가깝게 담아 매운맛보다는 시원한 맛을 강조했기 때문.
단순히 맛이 세지 않아 먹기 쉽다는 이유로 비건 부장관 같은 '열혈팬'이 생기는 것은 아닐 터.
무, 양파 등 채소를 우린 육수에 닭고기를 넣고 그 자리에서 팔팔 끓여 먹는 풍경 자체가 다른 문화권 식탁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경험이다.

맛 또한 빠지지 않는다.

양념장에 찍어 먹는 고기야 더할 나위 없고, 다양한 식감을 선사하는 떡, 감자, 대파 역시 단순하되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채소 육수에 닭고기에서 우러난 육수가 더해지면서 구수한 감칠맛이 진해지는 국물은 그 자체도 맛있지만 건더기를 먹고 난 뒤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으면 또 한 번의 즐거움을 준다.

마지막엔 죽까지 먹을 수 있다.

[입맛뒷맛] 미 국무부 2인자도 사랑한 닭한마리의 매력
비건 부장관 이전에 닭한마리에 빠진 외국인은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최근엔 발길이 끊겼지만, 동대문시장 인근 이른바 '닭한마리 골목'은 일본의 한국 관광 소개 매체에 필수 방문 코스로 소개될 정도였다.

만화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2011년 동대문 닭한마리집에서 자신의 SNS에 올린 음식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일본인이 많이 찾았던 것으로 알려진 닭한마리 전문점 관계자는 통화에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제일 먼저 오기 시작한 것은 일본인들이었고 2014년께부터 중화권, 동남아 사람들도 많이 왔다"며 "최근에는 유럽 등 서구에서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의 닭한마리 사랑 이유를 묻는 말에 "맛있으니까요"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이어 "요즘 손님이 뚝 끊겼는데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서 다시 외국인, 한국인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