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모든 것 보여주는 고든 올포트의 '편견'
'편견'(偏見)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미국 흑인,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은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었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동포, 성 소수자, 난민, 여성이 편견의 대상이 된다.

요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혐오가 나타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편견이 없던 시대는 없다.

미국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동서 냉전 시대에 편견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해 후세 연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신간 '편견'(교양인)은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편견' 출간 25주년 기념판을 우리말로 완역한 책이다.

올포트에 따르면 편견적 인간은 흑백 논리로 판단하고, 모든 관계를 친구가 아니면 적으로 여긴다.

예의범절과 형식적 도덕에 집착하고 모호한 상황을 참지 못하며, 해결책이 필요할 때면 검증된 습관에 매달린다.

반면 관용적 인간은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편견은 무엇일까.

저자는 범주가 정신생활의 기본 요소이고 범주의 작용은 불가피하게 예단을 낳는데 그것이 점차 편견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잘못된 일반화(비합리적 범주)에 익숙해지면서 사고가 점점 더 편파적으로 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단일한 사건을 '유형화'하고, 친숙한 범주 속에 넣은 후 그에 따라 행동한다.

"(22장 편견에 쉽게 빠지는 이유 중)
이런 편견은 적대적인 말, 차별적 행위, 물리적 공격의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적대적인 말에서 그치지만 거부의 언어가 일상이 되면 차별적 행위로 이어지고, 물리적 폭력이나 집단 학살을 낳기도 한다.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특정 집단을 향한 자신의 반감을 합리적이라 여기며, 비난의 책임을 그 대상에게 지우기도 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지닌 백인은 흑인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거나 지능이 낮고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함께 일하고 어울리면 편견이 줄어들까.

올포트는 더 많이 접촉할수록 그 집단에 대한 편견을 훨씬 덜 지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상황적 조건이 필요하다.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도 "나는 편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편견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존재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억압, 방어, 타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올포트는 책 마지막에 편견을 줄이고 집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

특히 입법을 통한 교정 방안에 주목해 차별을 규제하는 입법으로 집단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포트는 외적 행위가 내면의 사고습관과 감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입법 조치를 공적인 차별만이 아니라 사적인 편견까지 감소시키는 주된 수단 중 하나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기용 옮김. 840쪽. 3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