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인데도 올해는 빈자리 찾기 힘들 정도로 행락객 몰려

지난 13일 오후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가 지척에 있는 강원 강릉시 연곡솔향기캠핑장.
"코로나19 피해 숲, 바다로" 전국 캠핑장 북적
경기 남양주시에서 가족과 함께 온 고모(40)씨는 소나무 아래 설치한 텐트 옆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씨 가족은 바다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이틀째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엄두조차 낼 수 없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연기돼 짬을 낼 수 있었다.

인근에 텐트를 친 다른 사람들도 담소를 나누거나 누워 솔향이 가득한 숲속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고씨는 "코로나19로 밀폐된 곳이나 사람이 붐비는 놀이공원은 갈 수 없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이곳을 찾게 됐다"며 "남과 같이 쓰기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온 물건을 쓸 수 있는 데다 바다가 너무 예뻐서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사람 접촉이 많은 도심과 밀폐된 공간을 떠나 가족 또는 소규모 친구 단위로 답답한 마음을 풀려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숲이 우거지거나 동서해안의 호젓한 바닷가에 자리 잡은 캠핑장이 비수기인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강릉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연곡솔향기캠핑장은 대기 예약을 따로 받지 않고 매일 오전 10시 선착순으로 우선권을 주고 있는데 평일에는 60%가량 차고, 주말에는 만실을 이루고 있다.

연곡솔향기캠핑장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는 개학 등으로 비수기 중 비수기인데도 올해는 이용객이 많다"며 "바다가 바로 지척에 있고, 소나무 아래에 있는 캠핑장은 전국에서 유일해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 숲, 바다로" 전국 캠핑장 북적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 가평군 호명산 자락 잣나무 숲에 조성된 한 숲속 캠핑장은 캠핑 관련 유튜버들의 영상 속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14일 오전 찾은 이곳에서는 평일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어린 아들과 캠핑장을 찾은 한 부지런한 아버지는 급하게 텐트를 걷으며 "오전에 근처를 등산할 예정이라 좀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연인, 가족, 친구와 지난밤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은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며 잣나무 숲의 고요한 아침을 즐겼다.

나 홀로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이 보였다.

이들은 숲속 캠핑에 대해 "코로나 시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취미"라며 치켜세웠다.

서울에서 온 A(28)씨는 "일반적인 오토 캠핑장과 달리 이런 숲속 캠핑장은 텐트 사이 간격도 넓고 차의 접근도 제한돼 조용하고 독립된 분위기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며 "꼭 해보라"고 취재 기자에게 권했다.

또 다른 여성 나 홀로 캠핑족 B(33)씨는 "요즘 도심에서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모이면 불안한데 이곳은 마음 편히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며 "주말에는 예약이 힘들어 일부러 평일에 직장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이 캠핑장은 5월 평일에도 약 70%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며 주말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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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의 경우 다음 달 말까지 예약 건수가 900건을 넘는다.

주말은 예약이 다 찼고 평일 예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로 폐쇄한 이후 2개월여만에 다시 문을 연 지난 6일 하루에만 100명 정도가 캠핑장을 이용했다.

북구 금호오토캠핑장도 다음 달 말까지 200여건의 예약이 접수됐다.

캠핑을 할 수 있는 자리 16곳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꽉 차는 일이 다반사다.

팔공산, 비슬산 등 대구 도심 인근 캠핑장에도 생활방역 전환 이후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각급 학교의 등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가족 단위 캠핑객이 많이 몰린다는 것이 캠핑장 측의 설명이다.

회사원인 박모(45)씨는 "가족들이 2개월 넘게 사실상 집에 갇혀 지내다 보니 매우 답답하다고 해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다"며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캠핑장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만큼 방역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내부 소독은 물론 캠핑장 입구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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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해안의 캠핑 명소인 태안군 남면 몽산포해수욕장에도 캠핑객이 몰리고 있다.

드넓은 백사장과 소나무숲으로 유명한 몽산포해수욕장에는 지난 주말 캠핑객 150팀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말 예약 건수도 100여건에 달한다.

몽산포해수욕장 캠핑장을 운영하는 몽산포오션캠핑장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공용 화장실 등에 손 소독제, 세정제 등 비치했고, 하루 10여차례 코로나19 안전수칙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몽산포오션캠핑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인지 캠핑객이 지난해보다 15% 정도 증가했다"며 "캠핑객 대부분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대형 바람막이 설치 등을 하고 캠핑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 숲, 바다로" 전국 캠핑장 북적
변산반도에 위치한 전북 부안 고사포 야영장에도 캠핑족들의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지난 3월 3일 폐쇄했다가 지난 6일 50%에 해당하는 34동을 재개장했다.

고사포 야영장 관계자는 "이번 달 주말은 34개 동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주중에도 캠핑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사포 야영장을 제외한 군산과 부안의 캠핑장들은 대부분 폐쇄되지 않았다.

군산시와 부안시는 캠핑장에 폐쇄를 권고하되 운영할 경우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물론 사설 캠핑장에도 이용객들이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파·이해용·김용민·최재훈·나보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