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 5이닝 2실점…역대 8번째로 첫 등판에서 선발승 거둔 고졸 투수
"어버이날 승리 기뻐…효도하는 아들 될게요"
"정말 기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소형준(19·kt wiz)은 야구 인생에 길이 남을 '데뷔전 선발승'을 챙기고도, 담담한 표정으로 '기념구'만 꼭 쥐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없었고, 선배들도 조용히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kt 구단과 소형준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하루였다.

소형준은 8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5피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2개를 잡았고, 볼넷 1개를 허용했다.

그는 최고 시속 151㎞ 직구와 시속 140㎞대 투심 패스트볼, 120㎞대까지 구속을 낮춘 커브 등을 절묘하게 섞으며 KBO리그 최정상급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개막 3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모두 패했던 kt는 막내 투수의 호투 덕에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KBO리그에도 의미 있는 기록이 생겼다.

소형준은 김태형(롯데·1991년), 김진우(KIA 타이거즈·2002년), 류현진(한화 이글스·2006년), 임지섭(LG 트윈스·2014년), 하영민(넥센 히어로즈·2014년), 양창섭(삼성 라이온즈·2018년), 김민(kt·2018년)에 이어 8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 투수로 기록됐다.

kt는 KBO리그 최초로 개막전 선발승을 챙긴 고졸 신인 2명을 배출했다.

소형준은 기록에 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제 앞에 기록을 세운 선배가 (김) 민이 형이죠"라고 물으며 "김민 선배가 어제 '긴장하지 말고 네 공만 던지고 오라.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배재성·장성우 선배 등 형들이 '편하게 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팀이 3연패에 빠진 상황에 우승 후보 두산과 맞붙는 건, 고졸 신인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담담하게 데뷔전을 준비하고, 소화했다.

그는 "긴장감보다는 걱정이 컸다.

'내 공이 프로에서 통할까'라는 의심을 계속했다"며 "1회에는 직구 제구가 되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1회 오재일, 김재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한 뒤에 마음을 비우고 던졌다"고 했다.

물론 선발승을 향한 의욕은 컸다.

이날 kt는 1-2로 끌려가다가, 5회 초 6점을 뽑아 역전했다.

소형준은 "5회 말에 마운드로 올라가는 데 힘이 더 생기는 기분이었다"고 살짝 웃으며 "형들의 도움을 얻어 승리까지 챙겼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KBO리그는 관중 없이 정규시즌을 시작했다.

소형준의 부모도 '어버이날' 데뷔전을 치르는 아들의 모습을 TV로 봤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아들 소형준은 포심, 투심보다 강한 '효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어버이날 선물을 했다.

소형준은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다짐했다.

kt 구단과 이강철 감독에게도 막내 소형준은 '효자'다.

소형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이강철 kt 감독도 해태 대졸 신인이던 1989년 4월 13일 광주 무등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챙겼다.

이 감독은 "소형준의 데뷔 승리를 축하한다.

팀의 연패를 끊어줘 고맙다"며 "앞으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