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이 기사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성숙(58)씨 등의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성숙(58)씨는 최근 집안에 '자체 소독 시스템'을 마련했다.

일본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현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7일 귀국한 아들을 위해서다.

우선 대문, 현관에 소독 젤과 소독 스프레이를 놓아두고 해외입국자여서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 격리해야 하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기 전 스스로 온몸에 뿌리게 했다.

현관을 통과해서 아들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자체 가림막을 설치했다.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가족들이 사용하는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에도 가림막을 설치했다.

가림막 안에는 소독 스프레이를 두고 온몸에 뿌릴 수 있게 했다.

이러다보니 최씨 집안은 방역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가림막·김장비닐'…이 가족이 자가격리를 견디는 법
혼자 격리된 아들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아들 방 앞 가림막에는 투명창을 마련했다.

아들이 마스크를 낀 채 가족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 것. 식사도 가림막 안에 밀어넣어주면 아들이 가져가게 했다.

최씨 아들은 8일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오는 21일까지 현 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최씨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들이 증상이 없어도 무증상 감염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남편과 함께 고민하다 근처 잡화점에서 가림막, 소독제 등을 사서 자체 소독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에 가림막까지 설치한 이유에 대해 "(부부 모두) 직업 특성상 부득이하게 밖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며 "우리 가족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웃이나 지역 사회에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감염원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보든 안 보든, 우리 가족끼리 정한 소독 시스템을 철저히 지키기로 약속했다"며 "힘들더라도 이를 잘 지켜야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철저한 자가격리 사례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신모(33)씨는 지난 3일 미국 뉴욕에서 귀국한 동생을 공항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김장비닐'을 이용했다.

뒷자리에 앉은 동생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김장비닐을 씌워 구역을 나눈 것.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김장비닐이 바람에 날려 동생을 싸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동 중 이를 정리하면 혹시 모를 감염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집으로 왔다.
'가림막·김장비닐'…이 가족이 자가격리를 견디는 법
집에 와서도 동생에게 베란다와 화장실이 딸린 방을 이용하게 하고, 방문에는 에어캡과 김장비닐을 설치했다.

만일을 대비해 자가격리 기간도 정부 방침보다 이틀 연장한 16일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사례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신씨는 16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집에 10개월이 채 되지 않는 갓난아기가 있어서 동생이 자가격리하는 2주간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최소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 가족이 해결해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해외 유입자 중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지역사회를 위해 자가격리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앞의 사례들이) 다소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역 사회 전파를 최소화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지인 접촉을 최소화하며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감을 이웃과 함께 이겨내려는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대구시 수성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지난 10일 무렵 롤링 페이퍼 한 장이 등장했다.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응원 메시지를 적는 창구로, 한 어린이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림막·김장비닐'…이 가족이 자가격리를 견디는 법
해당 사례를 제보한 조향진(49)씨는 13일 통화에서 "며칠 전 시장을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했다"며 "코로나를 같이 이겨낼 수 있게 서로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적자고 한 꼬마 아이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큰 피해를 봤던 대구 지역이 안정되고 있긴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힘을 내자는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며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이웃끼리 연결되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