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츠 스릴러소설 '어둠의 눈', 코로나19 확산 속 출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막대한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 책임론을 공식화했고, 미 공화당에서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게 확인되면 미 법정에서 중국 정부에 민사 배상 책임을 지우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 네바다주에서는 중국 정부의 정보 은폐로 수백만 명이 경제적 피해를 봤고 생명을 위협받기 때문에 중국이 보상해야 한다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미 행정부는 중국과 유착설이 나온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중국에서 유출된 바이러스가 세계인에 피해를 줬다는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스릴러 거장 딘 쿤츠의 1981년 장편소설 '어둠의 눈'이 출간된 건 흥미롭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외곽 한 생화학 무기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신종 바이러스 '우한-400'이 유출되면서 세계로 확산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과 너무나 흡사해 놀라울 정도다.

이 바이러스는 전염력도 높은 데다 걸리면 100% 사망하는 치명적 생물학 무기다.

소설에 나오는 바이러스의 이런 특성은 현재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가 중국의 주적인 미국이라는 점 때문에 도는 '음모론'의 소재가 될 정도다.

"'우한 바이러스'로 위협받는 인류를 구한 모성"
소설에서 '우한 바이러스'는 미국으로 망명한 한 중국인 과학자에 의해 밝혀진다.

오직 인간만 괴롭히는데, 인체를 벗어나면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바이러스로 특정 국가나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로 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다만 인체 역시 현대 과학이 정복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이 바이러스에 돌연변이 면역이 생긴 인간이 나타난다면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의문의 버스 사고로 12세 아들을 잃은 여주인공은 어느 날 주변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신호들을 감지한다.

아들이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그는 아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우한-400' 바이러스에 얽힌 거대한 음모가 아들의 사고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릴러와 미스터리뿐 아니라 초능력 같은 공상과학(SF) 요소도 등장한다.

인류가 바이러스로 인해 절멸할 위기에서 등장한 강한 어머니가 세상을 구한다.

작가는 여성을 수동적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내세운다.

그리고 모성과 사랑의 위대함을 전한다.

이 이야기는 생화학전이나 인류 멸망의 거대 음모론이라기보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애끓는 사랑 이야기다.

이 소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역주행 중이다.

쿤츠는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스릴러 양대 거목이자 세계 80여 개국에서 5억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다.

심연희 옮김. 다산북스 펴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