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1857)의 주인공은 14세기 제노바의 첫 선출직 총독으로, 실존 인물이다.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신성로마제국 황제파와 교황파로 나뉘어 다퉜는데, 시몬은 평민 중심인 신성로마제국 황제파의 지지로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목표는 평민파와 귀족파의 화해에 있었다고 한다.

‘평민들, 귀족들, 민중이여!(Plebe! Patrizi! Popolo!)’라는 바리톤 노래에선 시몬의 정치적 입장이 잘 드러난다. 화려한 맛이라곤 없지만 감동적인 곡이다. “너희들은 어리석게도 제 살을 도려내고 있구나! 분노로 서로를 난도질하는 동안 바다의 왕국(제노바)은 눈물 흘린다. 이래서야 사랑과 행복 그리고 평온이 허락되지 않으니…. 간절히 외치노라 평화를! 그리고 사랑을!”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어려울 때 서로 미워하고 조롱하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상대 진영까지 배려하는 ‘국민화합형’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