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소송 2심까지 한솔수북 승소…백희나 '청와대청원' 독려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 최대 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으면서 대표작 '구름빵' 저작권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백 작가가 수상 이후 '구름빵' 저작권 소유를 다시 주장하며 여론이 동요하자, 이를 저작권자인 한솔수북 출판사 측이 공식으로 반박하면서다.

이번 수상으로 '구름빵'이 세계적 작품으로 위상을 굳히면서 다시 국내외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돼 논란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진실 게임' 양상을 띠긴 했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요지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새로운 점은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백희나 vs 한솔수북…'구름빵' 계약 진실은 뭘까?
◇ 최종 판단은 결국 법정에서 = 2004년 출간한 '구름빵'은 약 40여만부가 팔려 20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솔수북 측은 밝혔다.

이후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DSP 등에서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비용 투자를 많이 했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우리 회사가 가져간 수익은 지금까지 2억여 원 정도"라고 밝혔다.

백 작가는 2003년 신인 시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매절(買切)' 계약을 하는 바람에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모두 1천850만원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고, 최근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이므로 양측 주장이 엇갈릴 때 최종 판단은 여론 재판이 아니라 법에 따라 내려진다.

대법원 최종심은 보통 2심 판결을 유지하거나 절차적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파기환송 하는 게 관행이다.

한솔수북 측에 따르면 출판계를 대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당시 재판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가가 개인의 서운함을 해결하기 위해 계약의 실효성을 부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협회는 또 신인 작가를 발굴해 베스트셀러를 만들 때까지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작가 지원이 필요한 만큼 이런 노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신인 작가 발굴과 육성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솔수북은 전했다.

백 작가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출판사 측은) 구름빵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또다시 내가 얼토당토않은 무리한 욕심을 부려 협상이 무산됐었다고 주장한다.

작가 한 명을 이렇게 매도하면서까지 얻으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지금까지 충분히, 지나치게 괴로웠다.

정말 이제는 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

정말 아프다.

아직 살아야 할 시간이 길게 남았고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대표를 거명하며 "16년 전에 낳은 제 아이 구름빵을 이제는 돌려달라. 작가에게 창작물은 자식과 같다"고 말했다.

백희나 vs 한솔수북…'구름빵' 계약 진실은 뭘까?
◇ 백희나, 계약 때 저작권 양도 몰랐나 = 한솔 측은 신인이던 백 작가와 한 계약이 작가에게 2차 저작물 권리가 없는 '저작물개발용역계약'이라고 밝혔다.

'구름빵'은 유아 대상 회원제 북클럽 '북스북스'에 수록하는 책으로 제작한 만큼 인세 계약 방식을 택할 수 없었고, '북스북스'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계약하면서 저작권을 회사 측에 양도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당시 책 가격이 3천원이었는데 신인 작가였던 백희나 작가에게 850만 원을 지급했다.

3천원 기준으로 하면 거의 4만 부에 해당하는 인세"라고 했다.

특히 1년에 100부도 안 팔리는 책도 많은 만큼 출판사로서는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한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백 작가는 저작권을 회사에 양도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히면서도 저작권은 작가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저작권을 양도한다고 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겁이 나더라. 그래서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어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모든 작가에게 똑같이 지급되는 계약서인데 희나 씨만 특별하게 이런 요구를 (수용)해줄 수 없다.

형평성 면에서 어긋난다'고 이야기하니까 겁이 났다"고 주장했다.

2006년 체결한 단행본 발행을 위한 인센티브 계약을 놓고도 주장이 다르다.

한솔수북 측은 별도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계약을 포함해 두 차례 계약 모두 백 작가가 내용을 정확히 인지한 채 서명했으며, 특히 "2차 저작물 활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 작가는 "내가 모르는 상태에서 2차 상품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백희나 vs 한솔수북…'구름빵' 계약 진실은 뭘까?
◇ "인세 주겠다" vs "청와대 청원 부탁" = 한솔 측과 백 작가는 소송 진행 중에도 접촉해 합의를 시도했다.

양측 주장을 종합하면 한솔 측은 당시 책 판매분에 대한 인세를 주겠다는 협상안을 냈으나 백 작가가 저작권 소유 요구를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솔수북 측은 특히 2015년 저작권을 백 작가에게 돌려주려고 했으나 백 작가가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DSP가 소유한 2차 저작물 권리까지 요구하면서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백 작가는 이날 트위터에 '구름빵' 저작권을 자신에게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링크하면서 "구름빵 저작권을 돌려주세요.

청원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한솔 측은 "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로 할 수는 없지만, 인세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현재 관련 사안은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소송이 승리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