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길어지는 집콕 육아 대처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누구에게 맡기나
'부모님 찬스'에 직장 동료끼리 육아 품앗이도
'부모님 찬스'에 직장 동료끼리 육아 품앗이도
![[김과장 & 이대리] 길어지는 집콕 육아 대처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AA.22276188.1.jpg)
맞벌이 직장인들은 요즘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느라 진땀을 흘린다. 양가 부모님 손을 빌리는 ‘조부모 찬스’는 기본. 비슷한 사정의 직장인끼리 돌아가며 육아 ‘품앗이’를 하거나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육아템(육아+아이템)’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학부모가 된 직장인은 자녀가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느라 여념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분투 중인 직장인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개학 연기에 ‘비상 육아체제’
직장인들이 갑자기 생긴 ‘돌봄 공백’을 채울 때 가장 먼저 손을 벌리는 사람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한 전자업체에 다니는 박 과장은 석 달째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방학 때마다 아이들 식사 등 육아를 부모님에게 부탁하는데 이번엔 방학이 예상과 달리 길어졌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외부인이 오가면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란 불안 때문에 새로 도우미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겨울방학 시작부터 석 달째 부모님께 육아며 집안일을 부탁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도 육아를 도와줄 사람은 필수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와 집에서 함께 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예 자녀를 데리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는 집으로 출근하는 재택근무족도 있다.
한 통신사에 다니는 유 선임은 재택근무 날이면 근처에 사는 친구 집으로 출근한다. 전업주부인 친구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유 선임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놀아달라는 아이를 두고 재택근무를 하자니 회사에 출근하는 게 그리울 지경”이라며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당장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도우미 비용보다 두둑하게 선물을 챙겨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부부가 돌아가며 ‘돌봄휴가’
부모가 돌아가며 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거나 올해부터 생긴 가족돌봄휴가를 활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내커플인 김 팀장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각자 주어진 연차에 더해 올해부터 신설된 최대 열흘짜리 가족돌봄휴가제도를 돌아가며 쓰고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자녀를 돌봐야 할 때 하루 단위로 쉴 수 있는 제도다. 연차와 달리 무급휴가다.
김 팀장은 “회사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1주일씩 돌아가면서 아이를 보고 있는데 방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집 안에서 놀아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집중할 육아템을 찾는 게 중요하다. 수입차 업체에 다니는 강 과장은 지난주 직경 170㎝짜리 트램펄린을 대여했다.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는 자녀들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어 빌렸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아이들은 트램펄린 위에서 30여 분간 신나게 뛰어놀더니 이내 곯아떨어졌다. 한 달 대여료 4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강 과장은 “혈기왕성한 아이들과 집 안에서 놀아주는 게 일하는 것보다 힘들다”며 “다음주엔 또 무슨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고민도 깊다. 국내 한 건설사에 다니는 김 부장은 고3 아들의 수능 준비가 걱정이다. 학교는 개학을 미루고 학원마저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다. 자녀가 집에서만 공부하는 탓에 김 부장은 퇴근 후 TV도 맘대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녀가 수능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다. 김 부장은 “개학 날짜가 미뤄진 데다 수능까지 연기돼 불안이 커졌다”며 “누구보다 아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 가족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만든 ‘이산가족’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아이와 ‘생이별’한 직장인들의 얘기도 들린다.
한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이 과장은 지난주 태어난 첫딸의 얼굴을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2주간 배우자 출산휴가를 냈지만 감기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산후조리원에서 ‘추방’당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갈 곳도 없는데 아내와 아이도 못 보고 집에만 있는 처지”라며 “차라리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육아휴직에 막 들어간 사람에게 코로나19발 재택근무 확산은 오히려 약이 되기도 한다. 한 증권사에 다니는 박 대리는 지난달 출산해 조리원에서 나왔는데, 때마침 남편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박 대리는 “신생아를 돌보느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집에 아이와 둘만 남겨지는 것 같아 막막한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이 집에 같이 있으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