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야나체크 '크로이처 소나타'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1889)는 어느 러시아 귀족이 기차 승객들에게 전하는 자기 이야기다. 귀족은 자신의 아내와 바이올린 선생이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격렬하게 연주하는 것에 질투를 느낀 나머지 결국 아내를 살해했다고 말한다.

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의 현악4중주곡 1번 ‘크로이처 소나타’(1923)는 베토벤보다 톨스토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다. 야나체크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것처럼, 고통당하고 쓰러져 버린 어느 불쌍한 여인을 생각했다”고 적었다. 깊이 빠져들었지만 늙은 자신과는 도저히 맺어질 수 없을 만큼 젊은 데다 유부녀였던 연인 카밀라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리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 곡은 만년에 들어서야 최고의 명곡들을 양산한 야나체크의 솜씨가 격렬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진다. 20세기 음악이지만 낭만성도 있고, 동유럽 분위기도 살아 있다. 4악장 구성이지만 17분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간결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