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기업 피씨엘이 10분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피씨엘은 26일 바이러스의 항원과 항체가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 간편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검사 정확도는 85% 안팎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사진)는 “지난 1월부터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항체 개발에 성공한 중국 협력사에서 항체를 도입해 빠른 속도로 키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활용하는 ‘RT-PCR’ 검사법은 검체에 시약을 떨어뜨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실시간 분자진단이다. 분자진단은 검사 정확도가 매우 높지만 판독하는 데 6시간 이상 걸려 빠른 진단보다 정밀한 진단에 유용하다. 피씨엘이 개발한 진단키트는 임신 진단키트처럼 콧물, 가래 등 검체를 키트에 떨어뜨리면 검체에 들어 있는 특정 단백질과 키트의 항체가 결합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보여준다.

김 대표는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의심환자를 걸러내려면 간편 진단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른 시일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피씨엘은 코로나19 항체 유무로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체내에 바이러스의 양이 적어 기존 RT-PCR 검사법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무증상 감염자를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우리 몸속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항체가 생긴다”며 “무증상 감염자에게도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새로운 진단제품을 활용하면 무증상 감염자도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제품을 분석 장비와 병용할 경우 기기 한 대당 하루에 1000명가량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피씨엘은 RT-PCR에 쓰이는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신청도 해놨다.

2008년 설립된 피씨엘은 항체와 항원이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해 질환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는 면역진단 전문기업이다.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B형간염, C형간염, 인플루엔자, 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