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선박 환경장비업체 파나시아가 정부로부터 평형수 처리 장비 일체의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받은 가운데 파나시아가 형식승인대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파나시아는 지난 6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BWTS·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 48개에 대한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받았다.
해수부는 당시 "파나시아가 형식승인 이후 양산한 설비를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검정받았기 때문에 승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선박 평형수를 살균하는 핵심 부품인 UV(자외선) 램프를 12개(250t 장비 기준) 넣는 방법으로 형식승인을 받은 뒤 실제로는 8개만 넣어 장비를 생산했다는 것이 해수부 설명이다.
해양생태계 오염을 막기 위해 모든 선박에 평형수 처리 설비를 의무화한 2004년 이후 국내외 선박장비업체가 평형수 처리 설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파나시아같이 자국 정부로부터 형식승인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파나시아가 변경승인 없이 설계를 바꿔 제품을 생산한 이유를 두고 외국회사의 육상용 BWTS 제품을 도용해 형식승인을 받은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파나시아 퇴사자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애초 BWTS를 개발할 기술과 능력이 없었던 파나시아는 영국 H사의 육상 BWTS 제품을 자체 개발한 선박용 BWTS인 것처럼 꾸며 정부 지원을 받고 형식승인을 얻었지만, 전력 사용량이 커 다른 제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UV 램프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UV 램프 수를 줄이면서 전력 사용량은 물론 생산 단가를 낮춰 초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문제는 정부 형식승인과 달리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팔아 선주, 선사를 속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나시아가 변경승인을 받는 문제도 고민했겠지만, 영국 H사 제품으로도 간신히 형식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UV 램프를 줄일 경우 평형수 살균력이 더 떨어져 성능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변경승인을 받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걸 우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파나시아 퇴사자는 "파나시아가 무리하게 UV 램프 개수를 줄여 생산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서류나 도면을 위변조해 일치시켜놨는데 해수부가 적발한 것"이라며 "이는 불법 설계변경·제조에 해당하며 선박평형수 관리법을 어긴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나시아 관계자는 "회사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음해할 목적으로 퍼트린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현재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중이라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나시아의 형식승인 취소 처분은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 결정으로 본안 소송 때까지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