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고당 2종 농도에 따라 성장 효과 달라져
미 UCSD 연구진,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에 논문
"모유가 아기 성장 촉진하는 메커니즘 확인"
모유는 아기의 성장을 촉진하고, 유아기가 지난 뒤에도 비만, 천식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유의 어떤 성분이 어떻게 작용해 이런 건강상의 이익을 가져오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모유에는 단백질, 지방, 미네랄, 비타민 외에 '모유 올리고당(HMOs)'이라는 당 분자가 들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HMOs는 약 150종에 달하는데, 개별 HMOs의 구성과 농도는 지문과 비슷해, 모든 수유 모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특정 HMOs의 농도 조합에 따라 유아의 성장과 신체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유가 아기 성장에 좋은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UCSD는 별도의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전의 예비 연구에서, 6개월간 모유로만 키운 영아 약 30명의 체중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

이번엔 코호트(cohort·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 규모를 대폭 늘려, 802명의 여성과 그들의 유아를 출생 시점부터 만 5세까지 추적 검사했다.

이 연구는 핀란드 투르크대가 추진해 온 STEPS 종단 연구의 한 파트로 진행됐다.

만 5세까지 영유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두 종의 HMOs였다.

다시 말해 2'FL(2'-Fucosyllactose)이라는 HMOs의 농도가 높고, LNnT(Lacto-N-neotetraose)라는 HMOs의 농도가 낮으면 아이의 성장을 촉진했다.

어머니의 임신 전 체질량 지수(BMI)나 모유 수유 기간 등과 상관없이, 모유에 함유된 이들 HMOs의 농도에 의존해 아이의 키와 체중은 표준 편차의 절반만큼 달라졌다.

HMOs는 유아의 장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하게 형성되는 걸 돕는 천연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이기도 하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식품에 함유된 성분 가운데 장에서 유익한 미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식이섬유, 올리고당 등을 말한다.

이와 구분해 프로바이오틱스는, 프리바이오틱스를 주로 섭취하는 젖산균 등 박테리아를 가리킨다.

HMOs는 장의 미생물과 별개로, 감염성 대장염, 괴사성 장염 등과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부터 유아를 보호하고, 유아기 이후에도 천식, 알레르기, 비만 등 비전염성 질병 위험을 줄인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심지어 비만하거나 과체중이거나 체중을 늘려야 하는 성인에게 쓰는 신약으로 HMOs 제제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기대한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라스 보우드 소아과 교수는 "어떤 HMOs는 성장이 늦은 유아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아동 비만의 위험을 줄이는 데 HMOs를 쓸 수도 있다"라면서 "모유의 HMOs가 아기의 건강과 발달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깊게 이해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