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로열앤드애인션트(R&A)의 움직임에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비거리와 전쟁’을 암시했던 두 단체가 구체적인 비거리 제재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최근 USGA와 R&A는 ‘디스턴스 인사이트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골퍼들의 비거리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 골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00년께 엘리트 선수들에 비해 1980년 선수들의 최대 비거리는 평균 80~100야드 늘어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은 비거리가 약 30야드 늘어났고 골프 코스 전장도 확대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단체는 골퍼들의 비거리 증가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비거리가 늘어날수록 게임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추려면 골프장 전장이 늘어나야 한다. 이는 막대한 비용으로 이어진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대표는 “계속해서 골프장을 확장하는 건 골프 종목에 해롭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비거리의 급격한 증대는 선수들의 체력 강화와 스윙 기술 발전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골프 장비 기술 발전을 들고 있다. 결국 이번 리포트를 통해 장비 성능을 제한해 비거리 전쟁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골프공이 두 단체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앞서 타이거 우즈(미국)는 “USGA가 이미 공의 성능을 10%, 15%, 20% 끌어내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협회 관계자는 “두 협회는 처음엔 스핀양을 제한하기 위해 볼 대신 웨지의 그루브 성능 제재를 택했다”며 “추가 장비 규제가 있을 때 타깃은 클럽보다 볼이 될 것이 훨씬 더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R&A와 USGA가 당장 제재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전까지 업계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특히 타이틀리스트가 세계 주요 투어 점유율 72%를 보이고 있는 골프공 시장에 가장 큰 혼란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타이틀리스트는 “(공 외에도)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확고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또 다른 골프공 제조업체 관계자는 “USGA와 R&A에서 규정을 변경해도 이에 즉각 맞춰 제품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골프공 규격 변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뉘앙스다.

R&A와 USGA는 골프공의 직경(42.67㎜ 이상)과 무게(45.93g 이하) 등 규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