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中 공산당 체제까지 흔드나…"체르노빌→소련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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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위험은 거짓말을 하도 많이 듣다 보면 무엇이 사실인지를 알 길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可樂****`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미국 HBO가 작년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 속의 한 대사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리면서 `우한(武漢)`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중국인들 사이에서 드라마 `체르노빌`이 돌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중국인은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인재(人災) 앞에서 사건 축소와 진상 은폐에 급급했던 옛 소련 관리들의 모습을 고발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해보면 드라마 체르노빌을 봤다면서 다른 이에게도 감상을 권하는 누리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리꾼 `圖賓***`는 "나는 전에 드라마 `체르노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 며칠 할 일이 없어 다시 보니 어떤 대사들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느낀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Rig***` 아이디를 쓰는 이는 "HBO가 (중국에) 와서 `체르노빌`의 시즌 2인 `우한`을 찍기를 간청한다"며 당과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체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 글들도 적지 않다.
`Lr***`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나는 이 한마디만 하려고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났고 소련은 1991년 해체됐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체르노빌 사건으로 터진 소련 국민들의 분노가 여러 다른 요인들과 결합해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졌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마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훗날 "체르노빌 사고가 소련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누리꾼들의 모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당과 정부를 향한 중국 국민의 성난 민심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중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정부가 사태를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해 심각한 위기 사태가 초래됐다고 여긴다.
중국 지방 정부가 사태 초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논의했던 우한시의 의사들 7명을 `괴담 유포자`로 몰아 기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의료진 집단 감염 등 사태가 이어졌는데도 `사람 간 전염은 없다`고 계속 발표하는가 하면 500만 인구가 이미 우한을 빠져나간 뒤 뒤늦게 도시를 봉쇄하는 등 중국 정부의 잘못된 대응 사례로 거론되는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경직된 중국의 사회주의 관료 시스템 탓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저우센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에는 권한이 없어 신종코로나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이런 국민의 불만 표출을 검열을 통해 대대적으로 삭제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내버려 두고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여론 통제에 대중의 비난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섣부른 검열과 단속이 민심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부쩍 강력해진 언론 통제 속에서 비판적 보도를 거의 하지 못하던 중국 매체들까지도 나서 정부의 불투명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유력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3일 `질병 방어·통제의 전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투명만이 공황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진실의 부재야말로 대중들이 공황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이는 17년 전 사스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현재의 질병 상황은 참혹한 대가로서 이 사실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심각한 민심 이반 조짐은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을 선포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공고하려는 시 주석과 집권 중국공산당에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작년 HBO가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사건 초기 상황을 은폐·축소하고 체르노빌 일대를 봉쇄해 수많은 주민을 위기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간부들, 원자로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은폐한 국가, 진상을 추적하고 폭로하는 과학자들,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한 수습 과정에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여러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재앙으로 기록됐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소련은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남겼고, 인근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대참사를 빚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可樂****`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미국 HBO가 작년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 속의 한 대사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리면서 `우한(武漢)`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중국인들 사이에서 드라마 `체르노빌`이 돌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중국인은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인재(人災) 앞에서 사건 축소와 진상 은폐에 급급했던 옛 소련 관리들의 모습을 고발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해보면 드라마 체르노빌을 봤다면서 다른 이에게도 감상을 권하는 누리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리꾼 `圖賓***`는 "나는 전에 드라마 `체르노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 며칠 할 일이 없어 다시 보니 어떤 대사들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느낀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Rig***` 아이디를 쓰는 이는 "HBO가 (중국에) 와서 `체르노빌`의 시즌 2인 `우한`을 찍기를 간청한다"며 당과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체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 글들도 적지 않다.
`Lr***`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나는 이 한마디만 하려고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났고 소련은 1991년 해체됐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체르노빌 사건으로 터진 소련 국민들의 분노가 여러 다른 요인들과 결합해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졌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마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훗날 "체르노빌 사고가 소련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누리꾼들의 모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당과 정부를 향한 중국 국민의 성난 민심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중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정부가 사태를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해 심각한 위기 사태가 초래됐다고 여긴다.
중국 지방 정부가 사태 초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논의했던 우한시의 의사들 7명을 `괴담 유포자`로 몰아 기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의료진 집단 감염 등 사태가 이어졌는데도 `사람 간 전염은 없다`고 계속 발표하는가 하면 500만 인구가 이미 우한을 빠져나간 뒤 뒤늦게 도시를 봉쇄하는 등 중국 정부의 잘못된 대응 사례로 거론되는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경직된 중국의 사회주의 관료 시스템 탓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저우센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에는 권한이 없어 신종코로나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이런 국민의 불만 표출을 검열을 통해 대대적으로 삭제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내버려 두고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여론 통제에 대중의 비난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섣부른 검열과 단속이 민심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부쩍 강력해진 언론 통제 속에서 비판적 보도를 거의 하지 못하던 중국 매체들까지도 나서 정부의 불투명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유력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3일 `질병 방어·통제의 전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투명만이 공황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진실의 부재야말로 대중들이 공황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이는 17년 전 사스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현재의 질병 상황은 참혹한 대가로서 이 사실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심각한 민심 이반 조짐은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을 선포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공고하려는 시 주석과 집권 중국공산당에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작년 HBO가 방영한 드라마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사건 초기 상황을 은폐·축소하고 체르노빌 일대를 봉쇄해 수많은 주민을 위기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간부들, 원자로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은폐한 국가, 진상을 추적하고 폭로하는 과학자들,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한 수습 과정에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여러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재앙으로 기록됐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소련은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남겼고, 인근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대참사를 빚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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