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요 덕목 중 하나는 재미다.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없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케이도 준은 일본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4부작 '한자와 나오키'로 국내에서도 적잖은 팬을 확보한 이케이도 장편 '일곱 개의 회의'(비채)가 번역 출간됐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그의 대표 장편 중 하나다.

미국의 스티븐 킹이나 필립 K. 딕처럼 이케이도 소설은 다수가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그의 작품은 재미와 독창성을 인정받는다.

지금까지 발표한 25편 중 15편이 영화화해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

소설 '일곱 개의 회의' 역시 NHK 드라마로 제작된 데 이어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흥행했다.

국내에는 '내부고발자들: 월급쟁이의 전쟁'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 작품 역시 바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은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독자들 공감을 끌어내는 이케이도 특유의 작법이 빛난다.

내부고발을 통해 결말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중견기업 영업부 만년 계장 야스미는 프레젠테이션을 망치고 직속 상사이자 영업부 에이스인 사카도는 야스미에 폭언과 질책을 한다.

그러자 야스미는 사카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는데, 일반의 예상을 깨고 사카도가 대기 발령을 당한다.

에이스가 찌질한 약자에 패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전투구 속 추악한 비밀이 숨어있다.

이케이도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그 비밀을 파헤치며 어느 조직이든 있는 내부 권력 투쟁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결론은 틀에 박힌 권선징악은 아니다.

확실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케이도는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진실을 독자에 일깨운다.

여기에는 이케이도의 평소 철학이 담겼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는 모습만큼 아름답고 귀한 것은 없고 거기엔 반드시 여러 드라마가 있다.

"
이케이도는 소설의 재미를 추구하는 작가지만 문학성도 인정받는다.

나오키상, 에도가와란포상,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등 일본 주요 문학상을 받은 사실이 그런 점을 잘 말해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