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복병 만난 한국경제, 올해 2.4% 성장 가능할까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폐렴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연초부터 한국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한폐렴이 악화하면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2.4% 성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성장률 목표를 수립할 당시 예상 시나리오에 들었지 않던 우한폐렴 사태가 돌출해 경기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4%로 제시하고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책의지가 담긴 수치로, 금융권과 연구기관이 내놨던 전망치를 최소 0.1%포인트에서 최대 0.6% 포인트 가량 웃돈다. 민간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진 않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1차 봉합되면서 세계교역이 회복하고 수출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믿는 구석이었다. 반도체 업황 회복도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우한폐렴 사태가 돌발 변수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맞으리라는 보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할 수 있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온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도 줄면서 유커경제효과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 확진환자는 3명으로 아직 많지는 않지만,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소비주체인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국내 소비와 여가 활동이 움츠러들 수 있다.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1999년부터 증가세였던 양국간 관광객 수가 사스로 인해 2003년 모두 감소했다. 신종플루는 2009년 가을에 심하게 번졌고, 우리 경제는 그해 4분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신종플루가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거라 추정했고, 실제 2009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에 0.1%, 1.5%, 2.8%로 증가 폭을 늘려갔으나 4분기에 주저앉은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에는 한국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신종플루가 비교적 빨리 잡히면서 2009년 10~11월을 바닥으로 비교적 빠르게 각종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 손실을 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의 시각을 살핀 결과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춘제(春節·중국의 설),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주요 기관들이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KIEP는 "과거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은 의학적 정보 부족, 사스 피해에 대한 과도한 매체 보도 등 심리적, 사회적 악영향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 원인 불명 폐렴 발생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고, 폐렴 원인을조속히 알려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차이를 언급했다.

정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22일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만전을 기하고, 경제영향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같은 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우리 경제에 미칠지 모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한폐렴` 복병 만난 한국경제, 올해 2.4% 성장 가능할까
조현석기자 hs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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