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다가" 10대 소년에 비친 전쟁의 참상…'조조 래빗'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와 단둘이 살던 10살 소년 조조는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토끼를 죽이지 못해 '겁쟁이 토끼'라고 놀림을 받는다.

상상 속의 친구 아돌프 히틀러만이 그를 유일하게 위로해준다.

어느 날, 조조는 자기 집에 몰래 숨어 살던 유대인 소녀 엘사를 발견한다.

나치즘에 빠진 조조이지만, 소녀를 신고하면 그를 숨겨준 엄마 역시 큰 곤경에 처하기에 어쩔 수 없이 소녀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웃다가 울다가" 10대 소년에 비친 전쟁의 참상…'조조 래빗'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조조 래빗'은 감정의 결이 복잡다단한 영화다.

유머와 슬픔, 연민, 분노와 같은 감정을 한겹씩 교차로 쌓아 올린다.

그래서 웃음 뒤에는 슬픔이, 눈물 뒤에는 훈훈한 미소가 번진다.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소년의 천진난만한 모습 앞에 관객은 무장해제가 된다.

그 순간에 날아드는 강력한 반전의 '한방'은 얼얼할 정도로 가슴을 파고든다.

그런데도 불편하거나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판타지와 끔찍한 전쟁의 공포, 나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균형감 있게 그려진 덕분이다.

감정을 쥐었다 폈다 하는 연출도 꽤 유려한 편이다.

"웃다가 울다가" 10대 소년에 비친 전쟁의 참상…'조조 래빗'
'어린 나치'에게 찾아온 첫사랑 유대인 소녀라는 설정도 충분히 극적이다.

유대인은 머리에 뿔이 난 괴물로 알고 있던 소년은 자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자, 매력적이기까지 한 엘사를 보고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영웅이던 히틀러의 죽음과 나치의 몰락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는 어른들이 주입한 비뚤어진 편견을 깨고, 세상과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따라간다.

선과 악, 나치와 유대인, 온통 이분법으로 나뉜 세상은 소년의 시선 변화에 따라 점차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독일군이라고 마냥 나쁘게만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웃다가 울다가" 10대 소년에 비친 전쟁의 참상…'조조 래빗'
영화는 홀로코스트 비극을 해학적으로 그린 블랙 코미디 '인생은 아름다워' 혹은 '제이콥의 거짓말'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10살 아이의 시선인 만큼 전체적인 톤은 한층 더 유쾌하고 생기가 넘친다.

영화 안팎의 이야깃거리도 많다.

이 작품은 지난해 9월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 등을 제치고 관객상을 받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조조 역을 맡은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올해 12살로, 1천 대 1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이 작품이 데뷔작임에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테런 에저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과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는 아역배우상을 받았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대인 어머니와 마오리족 아버지를 둔 그는 일부러 상상 속 히틀러 역을 직접 맡아 우스꽝스럽게 연기했다.

조조 엄마를 연기한 스칼릿 조핸슨은 짧지만 강렬한 등장과 퇴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원작은 크리스틴 뢰넨스의 장편 소설 '갇힌 하늘'이다.

"웃다가 울다가" 10대 소년에 비친 전쟁의 참상…'조조 래빗'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