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냉정한 시선 유지…정치색 빼고 인물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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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로 컴백…"누구나 알지만, 미스터리한 이야기"
영화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7)에서 한 인간의 욕망과 파멸 등을 시대상과 함께 조명한 우민호(49) 감독이 신작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왔다.
1979년 10.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권력 이인자로 대통령에게 누구보다 충성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왜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눴는지를 다각도로 짚는다.
20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우 감독은 "10.26 사건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베일에 싸여있는 이야기"라면서 "왜 '충성'이 '총성'으로 바뀌었는지를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의 감정, 관계의 균열과 파열에서 10.26 사건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존중과 배신, 충성, 모멸, 자존심,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치면서 서로서로 불신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중심에는 권력의 속성이 자리 잡고 있다.
특별한 정치적 대의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파헤치면서 10.26 사건을 재조명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고 싶었다.
"
실존 인물과 한국 근현대사의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을 다루다 보니 부담이 컸을 법하다.
우 감독은 그 때문에 원작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찍으려 애썼다.
그는 "제가 '내부자들'을 찍은 감독인데, 때로는 '이렇게 해도 되나,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며 들끓는 피를 억누르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흔들리지 않고, 들뜨지 않으며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나 알만한 실존 인물들이지만 허구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모델로 한 인물은 김규평(이병헌 분)이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은 김형욱, 곽상천 경호실장은 차지철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우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서 실명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영화적 설정을 가미했다.
예컨대 김형욱은 1977년 6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정희 정권의 실체를 폭로하지만, 영화에선 10.26 사건 40일 전 상황으로 앞당겼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차갑지만, 극의 긴장감마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웬만한 첩보물 못지않은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우 감독은 배우들의 힘으로 공을 돌렸다.
"이병헌의 경우 '내부자들' 안상구와 달리 안으로 꾹꾹 감정을 눌렀다가 막판에 쏟아낸다.
그래도 감정을 보여줘야 했기에 얼굴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배우가 클로즈업을 견딘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자칫 가짜(감정)라는 게 들통날 수 있어서다.
이병헌은 정말 훌륭하게 버텼고, 본인의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섬세한 표현을 해냈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
"
실존 인물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배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역을 맡은 이성민이다.
우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은 누구나 다 알기에 신경을 썼다.
몇군데 포인트를 넣어서 관객들이 '닮았다'고 느낄 수 있게 특수분장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보여주기보다 유신 말기에 권력자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 자신을 향한 충정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우 감독은 70년대 시대의 공기를 담으려 미술이나 의상, 소품 등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는 "강박적으로 70년대 색채를 넣으려 했다"면서 "특히 주인공들이 망자인 만큼, 영화 속에서 초상화 혹은 명함판 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로 남성들 이야기를 한 그는 "평소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즐겨보는데, 기회가 된다면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979년 10.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권력 이인자로 대통령에게 누구보다 충성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왜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눴는지를 다각도로 짚는다.
20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우 감독은 "10.26 사건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베일에 싸여있는 이야기"라면서 "왜 '충성'이 '총성'으로 바뀌었는지를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의 감정, 관계의 균열과 파열에서 10.26 사건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존중과 배신, 충성, 모멸, 자존심,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치면서 서로서로 불신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중심에는 권력의 속성이 자리 잡고 있다.
특별한 정치적 대의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파헤치면서 10.26 사건을 재조명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고 싶었다.
"
실존 인물과 한국 근현대사의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을 다루다 보니 부담이 컸을 법하다.
우 감독은 그 때문에 원작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찍으려 애썼다.
그는 "제가 '내부자들'을 찍은 감독인데, 때로는 '이렇게 해도 되나,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며 들끓는 피를 억누르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흔들리지 않고, 들뜨지 않으며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나 알만한 실존 인물들이지만 허구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모델로 한 인물은 김규평(이병헌 분)이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은 김형욱, 곽상천 경호실장은 차지철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우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서 실명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영화적 설정을 가미했다.
예컨대 김형욱은 1977년 6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정희 정권의 실체를 폭로하지만, 영화에선 10.26 사건 40일 전 상황으로 앞당겼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차갑지만, 극의 긴장감마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웬만한 첩보물 못지않은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우 감독은 배우들의 힘으로 공을 돌렸다.
"이병헌의 경우 '내부자들' 안상구와 달리 안으로 꾹꾹 감정을 눌렀다가 막판에 쏟아낸다.
그래도 감정을 보여줘야 했기에 얼굴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배우가 클로즈업을 견딘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자칫 가짜(감정)라는 게 들통날 수 있어서다.
이병헌은 정말 훌륭하게 버텼고, 본인의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섬세한 표현을 해냈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
"
실존 인물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배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역을 맡은 이성민이다.
우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은 누구나 다 알기에 신경을 썼다.
몇군데 포인트를 넣어서 관객들이 '닮았다'고 느낄 수 있게 특수분장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보여주기보다 유신 말기에 권력자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 자신을 향한 충정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우 감독은 70년대 시대의 공기를 담으려 미술이나 의상, 소품 등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는 "강박적으로 70년대 색채를 넣으려 했다"면서 "특히 주인공들이 망자인 만큼, 영화 속에서 초상화 혹은 명함판 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로 남성들 이야기를 한 그는 "평소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즐겨보는데, 기회가 된다면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