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3전 전승의 원동력은 '지략가' 김학범(60) 감독이 보여준 '분석 축구의 힘'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과 대회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오세훈(상주)의 멀티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이로써 김학범호는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두고 당당히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16개 참가팀 가운데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마치고 8강에 진출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16일 3차전을 치르는 D조에서도 2승을 거둔 팀은 없다.

한국의 조별리그 3연승은 상대에 대한 완벽한 분석 덕분에 가능했다.

뛰어난 지략가로 손꼽히며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이름을 따서 '학범슨'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김 감독 스스로 증명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에 앞서 조별리그 상대 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맞춤 전술'을 짜고 태국으로 날아왔다.

완벽한 준비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중국과 1차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이동준(부산)의 극장골로 힘겹게 승리했지만 이어진 이란(2-1 승), 우즈베키스탄(2-1 승)과 대결에서는 멀티골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두바이컵에서도 사실상 대표팀을 이원화해 골고루 기회를 주며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김 감독 스스로 "우리는 정해진 베스트 11이 없다"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맞춤 전술은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 감독은 이란과 2차전에서 중국과 1차전 선발 멤버 가운데 7명이나 바꾸는 파격적인 전술을 꺼내 들었다.

이란 감독도 깜짝 놀란 전술이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에서도 이란전 선발 멤버에서 6명을 바꾸는 파격 전술을 이어갔다.

덕분에 선수들은 고온다습한 태국의 날씨에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종규(서울)는 "감독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강조했다.

윤종규는 "우즈베키스탄의 전술과 선수들의 포지션은 물론 그 선수들의 역할까지 감독님이 팀 미팅에서 하신 말씀 그대로 나왔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다 알려주셔서 우리는 지시대로 한 거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학범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조별리그 준비는 한국에서 다하고 왔다"라며 "상대에 따라 선수들의 장단점을 고려해 조합을 짜면 된다"라며 "우즈베키스탄 역시 예상한 그대로 나왔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지략가 '학범슨'의 위력이 한국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희망을 더욱 밝혀주고 있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같은 경기장에서 이어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의 조별리그 B조 최종전을 보기 위해 선수들을 숙소로 보내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연합뉴스